“투자수익이 50배가 넘었다고? 무한기술투자가 도대체 어떤 회산데? 무한이 투자한 종목은 뭐야? 한컴, 메디다스, 새롬기술, 또?”

코스닥 종목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한창이던 1999년 여름 주요 증권사 객장에는 무한기술투자가 투자한 종목을 찾으려는 ‘무한 신드롬’이 나타났다.

코스닥 종목에 대한 정보를 거의 갖지 못했던 개인 투자가들로서는 나름대로 투자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한 방편이었지만 그것은 ‘무한기술투자가 투자했다면 확실하다더라’는 새로운 투자전략으로 자리를 잡을 정도였다.

도대체 무한기술투자가 어떤 회사길래 개인 투자가들이 ‘무한이 투자했느냐 안했느냐’로 코스닥 종목을 선택한 것일까. “무슨 기술투자? 그런데 벤처(기업)에 기술을 투자한 거야, 벤처(기업)의 기술에 돈을 투자한 거야?” 무한기술투자를 처음 접한 개인들은 무한을 무슨으로 착각하면서까지 이렇게 되묻곤했다.

“무한기술투자는 미래 성장 산업이나 선도기술을 보유한 기업, 뛰어난 경영자를 지닌 벤처기업을 선택해 투자하고, 대상기업을 코스닥이나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하는 전문 벤처캐피털 회사입니다.”

하루아침에 개인 투자가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무한기술투자의 이인규 사장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다. 벤처캐피털이라는 새로운 투자영역을 개척하고, 선도해온 선구자로서의 자신감이 그의 말 곳곳에 느껴진다.


생산가능성 하나 믿고 투자

벤처캐피털은 말 그대로 벤처(모험)와 캐피털(자본)을 결합시킨 개념이다. 은행과 종합금융회사, 신용금고 등 기존의 금융기관은 최소한 신용이라도 담보를 잡고 기업에 돈을 꿔주는데 반해 벤처캐피털은 담보가 아니라 성장 가능성만을 믿고 돈을 댄다.

투자한 기업이 성장을 멈추면 돈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벤처캐피털은 투자금을 날리느냐, 아니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느냐의 피말리는 게임의 연속이다.

벤처캐피털 회사를 벤처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것도 이같은 투자위험 때문이다. 투자의 성공은 곧바로 회사의 명성으로 이어지고 몫돈으로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요즈음 처럼 코스닥에 상장된 하이테크주, 인터넷 관련주가 계속 조정을 받는다면 벤처캐피털도 투자수익을 챙기기가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이인규 사장은 별 걱정을 다한다는 투다. “코스닥은 조정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한 벤처투자 풍토가 정착할 수 없어요. 지금까지는 회사이름에 무슨 테크, 무슨 정보통신라는 글자만 붙어도 투자가 몰리고 주가가 뛰었죠.

이제는 달라져야죠. 앞으로 2~3개월 지나면 벤처기업이든 벤처캐피털이든 옥석이 가려지고 벤처기업을 둘러싼 생태계가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리라 봅니다. 그럴 때는 제대로 된 우량기업을 골라 투자한 무한기술투자 같은 회사는 더 큰 돈을 벌게 되겠죠. 벤처투자는 될성 부른 나무를 고르는 게 바로 시작입니다.”


기업평가에 독보적 노하우

산업은행과 산업증권을 거치면서 기업평가에는 독보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이 사장은 무한기술투자에는 자기보다 훨씬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있다고 자랑했다.

또 투자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고 합리적인 투자결정 과정을 거쳐 지원하기 때문에 코스닥의 조정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은 1986년 벤처캐피털 관련법이 만들어지면서 이 땅에 등장했다. 한국기술투자금융이 벤처캐피털의 효시. 그러나 1997년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통과되면서 벤처캐피털이 서서이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인터넷 벤처혁명이 불어닥치면서 각광을 받았다.

1996년 10월 32개의 하이테크 벤처기업과 신한은행 등 금융기관의 투자로 설립된 무한기술투자도 벤처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큰 돈을 벌었다. 매출액 183억원, 순이익 116억원. 전년도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625%, 당기 순이익은 5,208%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설립 3년만에 이끌어낸 무한의 이같은 성과는 벤처캐피털이 벤처성공 신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벤처성공의 결실을 벤처캐피털도 함께 거둬가는 셈이다.

“세원텔레콤과 바이오시스, 세인전자, 새롬기술, 와이드텔레콤 등 투자업체들이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됐고 네띠앙 주식의 해외매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라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한컴에 투자, 자리 굳혀

무한기술투자가 일반인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1998년 아래아 한글 파동때. 한글살리기운동본부측의 투자유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자 무한기술투자가 한글과컴퓨터에 투자한 것이다.

투자는 보란듯이 대성공을 거뒀고 무한기술투자는 벤처캐피털의 대명사로 자리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한컴이요? 확실한 브랜드를 갖고 있죠, 경영하기에 따라서는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죠. 그런 곳에 왜 투자를 안합니까.” 위험은 높지만 성공할 경우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알짜회사를 찾아 키우는게 벤처캐피털의 임무라는 게 이인규 사장의 투자철학이다.

하지만 무한기술투자도 처음에는 실패가 적지않았다고 한다. 이 사장이 가장 뼈아프게 느끼는 투자 실패는 ISDN 모뎀 개발업체인 H사.

“요즈음 많이 사용하는 ISDN 모뎀 생산 업체였어요. 1997년 하반기니까 IMF 바로 직전에 투자했죠. 한국통신은 물론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도 인정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났어요. 사장님도 투지가 넘치는 40대였어요. 모든 조건이 완벽했어요.”

그러나 실패했다. 이유는 사업 시기가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다. IMF체제도 생각하지 못했던 불행이었다. “1~2년 후에만 사업을 시작했어도 우리나라에 또하나의 우량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탄생했을 것”이라고 이 사장은 지금도 믿고 있다.

그날 이후 이 사장은 경제전반의 흐름을 주시하는 습관이 몸에 배였다고 한다. 아무리 모든 조건이 갖춰졌더라도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한은 타이밍에 승부를 걸죠. 이거다 싶으면 주저없이 투자를 결정하고, 아니다 싶으면 때를 기다리죠.”그가 즐겨 이야기하는 ‘시간 경영’이다.

그는 또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벤처기업에서 최고경영자의 능력이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최고경영자는 어려울 때일수록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줘야 합니다. A사 사장님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직원에게 꿈을 심어주는데 실패했어요. 시장은 열렸는데 우수한 기술자들은 이미 다 떠나고 난 다음이었지요.”<계속>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0/05/1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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