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이 출판업계에게는 대목인 것 같다. 5월11일 불기 2544년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로 불교와 관련된 다양한 서적이 선을 보였다.

우선 민음사는 이탈리아 20대 여성 종교학자인 파트리치아 켄디(Patricia Chendi)가 석가모니를 주인공을 쓴 소설 ‘싯다르타’(전3권)를 내놓았다.

이 소설은 지난해 11월 1권이 이탈리아 몬다도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을 때부터 프랑스 라퐁, 스페인 그리할보, 독일 울슈타인 등 유럽의 유수 출판사에 판권이 팔릴 정도로 유럽 지역에서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세 권으로 이뤄진 이 소설의 1권(머나먼 갠지스)는 싯다르타의 출생부터 출가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즉, 아버지 숫도다나 왕의 궁전에서 보낸 행복한 어린 시절과 아내인 아소다라와의 사랑, 아들의 탄생, 그리고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하기까지의 고뇌를 다루고 있다.

2권(네가지 진리)에서는 깨달음을 향한 고행의 과정에서 겪는 투쟁, 전생의 연인이었던 나라야니와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마침내 진리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의 경지를 이르는 붓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아직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3권(니르바나)은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가 고향인 샤카 왕국으로 돌아와 가르침을 전하는 이야기이다.

‘싯다르타’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중심으로 씌어졌지만 그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소설은 아니다. 작가는 싯타르타의 생애에 얽힌 고대 문헌을 찾아 읽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싯다르타의 삶을 고증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작가 켄디는 싯다르타의 삶에 얽힌 동화적이고도 모험적인 요소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수많은 시험에 직면하는 싯다르타 왕자의 고통스러운 수행 과정을 고대 인도신화에서 빌려온 신비스러운 인물들과 연결시킨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정우사가 펴낸 ‘아름답게 사는 지혜’(The Power of Compassion)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제14대 달라이 라마(Dalai Lama) 텐진 갸초(Tenzin Gyatso)의 사상을 담은 책이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하자 인도로 망명,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운 인물이다. ‘자비심’의 화신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전세계에 퍼진 제자들에게 자비심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독립운동도 비폭력주의에 입각해 전개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이 책에서 모든 중생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중생이라는 개념에는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 또한 흙과 하늘·공기 등, 지구라는 한 집 전체를 이야기하며 인간은 자비와 사랑으로 충만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나아가 자신의 기쁨과 쾌락, 거짓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이나 자연을 짓밟거나 고통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한길사는 불교에 대한 가멸찬 탄압이 자행되던 조선시대 중기 불교의 중흥을 꾀하다 지배계층으로부터 ‘요승’이라는 비난을 듣고 사라진 보우(普雨)의 일대기를 다룬 ‘순교자 보우선사’를 내놨다.

이 책은 신라시대 이차돈에 이어 한국 불교사에서 순교라는 말이 어울리는 또다른 한 사람이 바로 보우임을 증명하고 있다.

조선 명종때 대비인 문정왕후를 등에 업고 국사를 농락한 요승으로 알려진 보우의 삶이 사실은 불교 중흥운동이었으며, 그에 대한 비난은 정당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우리가 알고 있는 보우에 대한 평가는 당시 불교를 배척했던 자들에 의한 일방적인 평가라는 것이다.

조선 초기에는 숭유억불로 특징되는 불교 말살정책에 의해 사찰과 종파가 강제로 통폐합되는 등 지속적인 탄압과 배척이 벌어졌다.

특히 성종조 이후에는 더욱 혹독한 탄압이 이뤄져 교단이 완전히 황폐화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암흑기에 불교중흥에 앞장서며 한국 불교의 명맥을 잇게 한 사람이 보우이며 보우는 요승이 아니라 대선사였다”고 밝히고 있다.

조철환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16 18:55


조철환 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