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세욱의 중국문화기행

원로 중문학자인 허세욱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대륙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적지를 답사하며 쓴 기행문. 40여년 동안 쌓아온 이론과 창작 수업을 통해 몸에 밴 중국 문학에 대한 통찰력이 어우러진 중국문학의 조감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중국문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시인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이다. 마찬가지로 서유기, 수호전, 홍루몽 같은 소설은 과거부터 우리 문학을 살찌우고 윤택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어 왔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작품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는 일천한 수준이다. 저자는 우리 삶의 아주 가까이에 있는 중국 문인들의 생애와 문학,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나고 자라고 벼슬하고 방랑하다 마침내 생을 마감한 발걸음을 꼼꼼하게 되짚어가고 있다.

중국 문학은 흔히 그 범위가 너무 넓고 역사가 장구해 쉽게 다가서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의 발검음을 따라가기만 하면 고대에서 현대, 시에서 산문, 소설에 이르기까지 주옥같은 중국의 명문과 명시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고 있다. 학고재, 1만3,000원

◐ 이광수를 위한 변명

대표적 친일 문학가로 알려진 춘원 이광수. 이광수의 생애를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재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뉴욕 주립대학교 정신과 이중오 교수가 ‘이광수를 위한 변명’을 펴냈다.

춘원의 붓끝에서 나온 1차 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은 저자가 정신의학의 전문가이니만큼 기존의 춘원 연구서가 다루지 않았던 흥미로운 쟁점과 참신한 시각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이광수의 생애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내고 그가 민족의 선각자에서 친일 행위를 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물론이고 그 속에 가려진 춘원의 의식의 층위를 여과없이 드러내보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광수를 흑백논리로 단죄하는 기존의 평가를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일인사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있고 또 그런 편견에 찬 시각으로 그의 일생과 문학과 논설들을 평가하기 보다는 그의 행적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공정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앙M&B, 8,000원.

◐ 한국, 사라지기 위해 탄생한 나라?

이 책은 프랑스 기자가 한국에 체류하고 있던 몇년간 한국을 취재하며 목격하고 느꼈던 것을 날카로운 필체로 다루고 있다.

저자인 쟝 피엘(Jean Fiel)은 한국이 안고 있는 모순을 아주 구체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공사중인 도시의 면면, 광적인 소비행태, 전통적 가족제도의 문제점, 위기에 몰린 교육제도, 소외된 달동네 사람의 비참한 생활, 방황하는 젊은이, 사적 이익을 챙기기 위한 집단 이기주의 등을 예리한 시선으로 꼬집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이방인에게는 이상하기 그지없는 이같은 모순들이 “고지식한 고전적 정신구조와 현대적 경제구조 사이에 커다란 틈이 벌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한국인이 안고 있는 문제는 미래 한국의 모습을 우선적으로 설정하지 못한 채 너무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자인, 9,000원.

◐ 만일 부처가 직업을 선택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열정을 바칠 가치가 있는 진정한 일을 찾아내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 일이란 자신을 위한 것은 물론이고 타인을 위한 봉사로서의 일, 자비를 실현하는 길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도솔, 7,900원.

◐ 내손으로 짓는 황토집 전원주택

황토집을 짓는데 필요한 기초 정보(절차, 행정, 법령, 부동산 정보, 자재구입 등)는 물론이고 황토집 건축의 전과정을 세부적으로 나누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컬처라인, 1만3,000원.

◐ 백악관의 맨 앞줄에서

미국 대통령들에게서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은 백악관 출입 여기자였던 헬렌 토머스의 자서전. 미국 역사의 지난 50년을 재조명하고 미국 언론의 속성을 가늠케 하는 책이다. 답게, 1만5,000원.

◐ 그들의 새벽

광주항쟁 20주년을 맞아 소설가 문순태씨가 장편소설을 펴냈다. 1980년 5월 광주 전남도청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사건이 소설로 재구성됐다. 한길사, 각권 7,500원.

◐ 홀로 울게 하소서

종교적 절대자를 향한 성찰과 회개를 통해 맑고 투명한 삶을 갈구하는 김형영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열림원, 5,000원.

◐ 영어! 하루만 미쳐라

외국인만 보면 말문이 막히는 한국 사람이 영어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향기, 6,900원.

◐ 내 안에 살아 있는 사랑에 대하여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겪은 이야기는 때로 소설보다 더 눈물겹다. 이 책은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사람들이 직접 쓴 글들을 담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책, 7,000원.

조철환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16 18:59


조철환 주간한국부 chch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