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로비’, ‘철(鐵)로비’에 경제가 뒷전이다.

정부는 정책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기업은 내실보다는 외양이며, 가계는 주제를 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한 채 흥청망청이다. 금융산업이 여전히 허약하고 재벌은 하나도 바뀐 게 없는데 구조조정은 게걸음이다.

물가불안을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무역수지 적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우리 경제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지만 외환위기 3년차를 맞고 있는 우리의 경제주체들은 상황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제2의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 장·단기 흐름은?

이번주 경제계는 이같은 현안을 논의할 국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는 이번주중 건설교통과 재정경제 국방위 등 3개 상임위를 열어 린다김 로비의혹 사건과 공적자금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이중 경제계의 관심은 재경위다. 공적자금을 놓고 또한차례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고 고유가 대책, 무역수지 문제 등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상임위를 계기로 각계의 논의도 활발할 것으로 보여 이번주는 우리 경제의 장·단기 흐름을 가늠할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최근 들어 안팎에서 더욱 분명하다. 우선 바깥 쪽에서 의미있는 변수들이 긴박하게 이어지고 있다. 5월16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은 가뜩이나 침체된 주식시장을 강타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인상폭이 클 것이라는 소식만으로 이미 국내 주식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더구나 일본 증시까지 침체의 늪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엔화의 강세 추세는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원화가치에도 영향을 미쳐 그다지 큰 덕을 볼 것 같지는 않다.

바깥쪽의 좋지않은 가장 큰 조짐은 유가다. 연일 폭등하고 있는 국제원유 가격이 앞으로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내려가는 대폭적인 하락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의 유가 폭등세는 특히 비수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을철 성수기때 더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등 관계 전문기관들은 올 하반기까지 유가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증산 불필요 입장 천명 ▲향후 석유공급 부족 우려 심리의 확산 ▲미국의 하절기 휘발유 공급부족 우려 ▲투기자금의 순매수세 지속 등이 그 원인이다. 인도와 중국 미국 등 세계적인 곡창지의 극심한 가뭄도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결국 바깥쪽 변수들이 하나같이 우리 경제에 먹구름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진한 구조조정, 심상찮은 노동계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이유는 사실 우리 내부에 있다. 금융과 재벌부문 등의 구조조정이 미진하고 무역흑자는 급격히 줄고 있다. 반면에 단기외채가 크게 늘어 외환쪽의 불안감이 만만치 않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 부처간 불협화음까지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고 노동계의 움직임마저 결코 순탄치 않다.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디스나 S&P 등 외국 전문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사실 금융구조조정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작년 8월 대우 12개 계열사에 단행된 워크아웃은 아직 진전이 거의 없는 상태다.

특히 대우전자와 대우중공업의 경우 소액주주의 소송제기로 워크아웃 진행이 중단됐다. 대우자동차는 워크아웃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과 비금융기관 등 채권자가 가압류를 신청해 놓고 있으며 국외매각에 대한 노조의 반발도 매우 거세다.

노동계의 춘투는 올 상반기 우리 경제가 걱정하는 가장 큰 태풍의 눈이다. 기업의 이익이 늘어난 만큼 그동안의 희생을 보상받겠다는 노동자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 노동단체들은 이달말부터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경총은 올해 임금인상률로 5.4%를 제시하고 있으나 민주노총은 15.2%, 한국노총은 13.2%를 내세우고 있다. 입장차이가 크다. 특히 민주노총은 외환위기 이후 떨어졌던 임금수준을 원상 회복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놓고 있다.

이종재 경제부 차장

입력시간 2000/05/1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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