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지역 자연복원이 유리하다

“산불지역의 복원방법 문제는 근본적으로 산에 대한 가치관에 달렸다. 산의 경제적 가치를 우선 한다면 인공조림을 택할 것이고, 동식물이 조화를 이룬 생태적 가치에 무게를 둔다면 자연복원되도록 기다려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연복원에 찬성한다.”

강릉대 생물학과 이규송(35) 교수는 산불지역에 무작정 조림부터 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을 불러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96년 4월 발생한 고성산불 지역을 집중연구한 바 있는 이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연복원에 찬성하는 이유는.

“자연복원 과정에서 자라나는 참나무 등 활엽수는 인공조림 수종인 낙엽송이나 잣나무에 비해 내화성(耐火性)과 회복력이 훨씬 강하다. 또다시 산불이 나더라도 자연복원지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백두대간대 등 사람의 간섭이 적었던 곳에는 이번 산불에도 불구하고 초본과 관목류를 비롯한 하층식물대가 죽지 않았다. 자연복원된 참나무숲은 동식물과 곰팡이 등에도 더나은 생태환경을 조성한다.

화재지역은 그대로 두면 20~30년 뒤 참나무숲으로 기본적인 변화를 한다. 동물을 위해서도 자연복원이 좋다. 큰 피해가 난 백두대간은 동물의 주요 통로다. 인공복원을 위해 조림할 경우 인간의 간섭이 많아져 오히려 동물이 이 지역을 기피하게 된다.”


-인공복원을 한다면 어떤 방법이 좋나.

“지금까지 애용된 인공조림용 수종은 낙엽송, 잣나무, 소나무 등의 순이었다. 꼭 조림을 해야 한다면 소나무가 좋다. 자연상태에 비교적 가까운 수종이기 때문이다. 잣나무는 본래 추운 곳에서 자라던 것을 인위적으로 가져온 것이다.

한국 생태계에 어울리는 수종이 아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초지 조성안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산사태의 위험성이 있는 곳에는 효과가 있을 지 모르지만 일률적으로 초지를 조성하면 오히려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임도(林道)는 어떻게 보나.

“임도는 산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데서 나온 것이다. 산을 일종의 거대한 ‘밭’으로 보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산을 자연 생태계란 시각에서 본다면 임도는 교란요소에 불과하다.

임도는 산불진압 측면에서 봐도 효용성이 거의 없다. 1970년대의 시각으로 2000년대의 숲을 보는 것은 문제다. 납엽송과 잣나무가 주요 조림수종으로 선택된 것 역시 목재를 얻는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송이 채취를 위해 소나무 조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산불로 인해 지표 속의 송이균사는 이미 모두 죽었다. 송이가 자랄 수 있는 소나무를 키우려면 수십년을 기다려야 한다. 접종해서 키운다 하더라도 시간이 걸리고 또 수확가능하다는 보장이 없다. 송이 채취를 위해 송림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다.”


-이번 산불이 삼림에 대한 시각 재정립의 기회가 됐다는 의견도 있는데.

“산불은 초기 삼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측면이 있다. 불탄 나무도 베내지 않고 그냥두는 것이 토양에 좋다. 우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국가적으로 삼림에 대한 큰 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사유림도 일방적인 조림이나 (화재목의)벌채가 아니라 국가적 틀에 따라 산주에게 선택권을 주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산을 경제적으로만 접근하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산과 삼림은 경제적 척도로는 측량 불가능한 가치를 갖고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17 18:49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