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위기론 확산, 대비책 없나

증시가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1년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종합주가지수는 700선을 넘나들고 있고 코스닥지수는 150선도 벅찬 모습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월4일 연중 최고치(1059.04)를 기록한 이후 30% 이상 미끄러졌다. 코스닥지수 하락폭은 더욱 커 최고치에 비해 무려 50% 하락했다.

개별 종목들의 주가를 보면 증시가 얼마나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지 알 수 있다. 1만원에 육박하던 시중은행 주가는 1,000원대로 주저 앉았다. 최고의 우량은행이라던 주택은행과 국민은행도 반토막난 상태다.

52주 기준으로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는 종목만도 총 923개 상장종목의 45% 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삼성화재 삼성물산 제일제당 현대건설 한진해운 코오롱 등 상당한 이익을 낸 업체들도 포함돼있다.


전문가들 ‘시장붕괴’우려

코스닥은 거품논란까지 겹치면서 반토막은 태반이고, 세토막 네토막난 종목도 적지 않다. 최고치에 비해 무려 93%까지 하락한 종목마저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전문가들조차 “시장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주가가 상승세를 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의 증시 하락은 우리 경제의 불투명성을 반영한 것으로 세계적인 첨단기술주 조정에서 비롯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쳤으나 지난주부터 동조화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경제위기론’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상황은 지지부진한 금융 구조조정, 수출부진, 금리상승 압박, 환율과 물가불안 등으로 요약된다. 여기에는 고유가와 달러 강세, 국제금리 상승 등 국제적인 요인이 가세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제 유가는 2개월만에 30달러를 넘어섰고 이같은 상황은 심화한 원유공급 부족 현상으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지난주부터는 금융시장에 동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동안 안정추세를 보이던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연일 하락하고, 채권시장의 장기금리도 오름세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튼튼하다”며 ‘바이코리아’에 열중하던 외국인들의 시각도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무디스사는 최근 ‘한국의 은행분야 특별보고서’에서 “한국의 구조조정이 겉치레 화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미완의 기업·금융개혁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위기가 재발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외국인들의 싸늘한 시각은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로 이어지면서 외국인 증시 이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돌아 투자자들을 공포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투명한 정책으로 신뢰회복 서둘러야

증시전문가들은 “현재의 주가폭락은 은행 및 투신권 구조조정을 둘러싼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제2의 경제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외국인 기관 개인 모두 매도에 가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주는 이같은 상황에서 미숙한 대응으로 불신을 야기시키는 경제팀이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가 큰 관심사다.

경제위기론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채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온 경제팀에 시장은 극도의 불신을 갖고 있다. “국제수지 120억달러 달성에 문제가 없다” “국회동의를 받지 않고 공적자금을 조성해 금융구조조정을 이루겠다”는 등의 발언에도 시장은 냉소적이다.

“지금은 위기상황이 아니라고 말만 앞세울 게 아니라 경제주체가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이충재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0/05/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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