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 석사 도우미 손정숙

“도우미를 화려하게 치장한 온실속의 꽃처럼 보지만 실은 육체적 노동자에 더 가깝습니다.”

손정숙(26)씨는 만 3년차의 나레이터 모델이다. 비록 경력은 짧지만 도우미 업계에서는 상당히 나이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손씨는 후배들의 어려움을 들고 조언해 주는 ‘도우미들의 도우미’ 역할을 자주한다.

손씨가 도우미 업계에 뛰어든 때는 1997년 여름. 당시 중앙대학교 대학원 첫 학기를 마치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던 중 한 선배의 추천으로 이 일을 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석사 과정에 있는 조교가 왠 도우미’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해서까지 부모님께 경제적인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게 됐다.


“시간·돈·사회경험 1석 3조”

손씨가 이 직업에 매력을 갖게 된 것은 우선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는 프리랜서라는 점. 여기에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게 되면서 소극적이었던 성격도 어느 정도 완충시킬 수 있다는 것도 한 몫했다.

“당시는 연구소와 학업을 병행했기 때문에 정식 직장을 다니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필요한 시간을 선택해서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 같은 직종을 찾다보니 도우미가 딱 맞더라구요.

물론 수입도 다른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좋았구요. 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접하면서 사회 경험도 쌓을 수 있어 1석 3조였지요.”

손씨는 행사장 나레이터에서 세미나, 의전, 게임 MC 등 일반 도우미들이 하는 일외에 영어 통역이나 국제회의 지원과 같은 다소 전문적인 일도 한다. 석사 도우미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매일 저녁 학원에 나가 영어회화를 배운다.

그리고 전공인 가정학에 관련된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고 눈에 띄는 글이 있으면 나름대로 비평하는 글도 써 본다.

“사실 도우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왜곡된 면이 많습니다. 이 분야에서도 평가를 받으려면 상당한 테크닉과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3~5년의 경력을 지닌 도우미들은 이 분야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전문가들이라고 보면 됩니다.”고 손씨는 말했다.

손씨는 동료 도우미들의 자기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스로가 당당한 프로 직장인이라는 생각을 지니지 못한 후배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남는 시간에 잠시 경험 삼아 해보는 일’정도로 생각하는 일부 후배들이 도우미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손씨는 지적했다.


자유로울수록 규율·절제 필요

“사실 도우미를 하는 동료들은 예쁜 용모와 적극적인 사고를 가진 능력 있는 여성들입니다. 그런데 상당수가 미래에 대한 목표 없이 그때 그때 현실에 안주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나이에 쉽게 돈을 벌다보니 자신을 개발하고 키워가는데 소홀해 지는 거지요. 이처럼 자유스러운 직업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규율과 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씨는 이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도우미는 보통 일이 있을 때마다 대행 에이전시와 계약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것이 어렵다는 것. 그래서 현장에서 사고가 나도 산재 등의 보상을 실제로 받을 길이 없어 안타깝다고 손씨는 말했다.

올 2월 가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손씨는 현재 다른 대학 임상심리 석사과정에 다시 입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손씨는 “결혼후에도 상당 기간 통역 등 특화된 분야에서 도우미 일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자유롭고 다양한 분야를 접할수 있는 직장도 별로 없거든요”라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5/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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