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명 중국 인사들도 의견 대립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는 미국에서 활동중인 중국 망명자들을 찬반 두 세력으로 갈라 놓았다. 대표적 반체제 인사였던 웨이징성과 인권운동가 해리 우, 노동운동가 출신의 한동팡, 티베트 분리독립운동 인사들은 PNTR 지위 부여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1989년 천안문 시위 당시 학생지도자였던 왕단과 자오쯔양(趙子陽) 전총리의 참모 출신인 바오퉁, 환경운동가 다이칭 등은 찬성하고 있다.

이들이 제각기 내세우는 찬반 이유는 미 의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논쟁 내용과 결론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보다 체험적으로 중국 사회주의 체제를 이해하고 있고, 이런 바탕 위에서 찬반 입장을 펼친다는 점에서 특징을 갖는다.

반대파 중 의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로비활동을 벌여온 인물은 웨이징성이다. 그는 하원 표결이 있기 수주전부터 매일 수십명의 의원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대중 PNTR 지위부여 반대를 역설했다. 그는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역사적인 실책”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같이 적극적인 이유는 두가지. 우선 미국 정치인이 중국 공산주의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순진(naive)하다는 것이다. 웨이징성은 중국에 대한 햇볕정책의 효력이 미국인이 기대하는 만큼 크지 않다고 말한다.

“공산주의자에게 합리적인 행동을 기대할 수 없다. 공산주의자는 오직 압력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중국 지도부가 절실히 원하는 PNTR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이 스스로 지렛대를 포기하는 행위라는 이야기다.

미 정치권이 재계 로비의 포로가 돼 있다는 점도 그가 PNTR에 반대하는 이유다. “장사꾼들은 인권이 아니라 오직 돈만 생각한다. 나는 의회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의원들은 불량배(재계)에 납치된 어린애와 같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바로잡아야 한다.”

웨이징성은 이제 상원을 대상으로 반대로비를 펼치고 있다. 그는 중국의 인권상황 조사를 맡게 될 특별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PNTR 지위부여 논쟁은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둘러싼 국내의 논란과 어딘지 닮은 꼴로 보인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31 18:28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