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정통 고전과 현대적 무대기법의 '어우러짐'

■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한편의 시(詩)다. 화려한 수사와 물흐르는 듯 거침없는 음율, 약강(弱强)약강의 6음보로 이어지는 절묘한 리듬. 그의 작품 공연을 음미하다 보면 마치 장편의 노래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6월6일부터 5일간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영국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바로 이런 셰익스피어 극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국내에 처음 내한하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는 영국 내셔널 시어터와 함께 세계 정통 연극의 중심에 서 있는 대표적인 극단이다.

이 극단은 1769년 시작된 셰익스피어 페스티발과 1879년 셰익스피어 메모리얼 극장 개관을 계기로 셰익스피어 메모리얼 시어터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탄생, 120여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1925년에는 45년간의 공연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로열(Royal)’이라는 칭호를 받아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으로 승격했다.

그러다 1960년 피터 홀이 경영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셰익스피어 정통극은 물론이고 현대극까지 레퍼토리를 확대, 세계적 극단으로 올라섰다. 이후 존 길구드, 앤서니 퀘일, 비비언 리, 로렌스 올리비에, 쥬디 덴치 같은 스타를 배출하며 더욱 명성을 얻었다.

현재 이 극단은 영국 내에 5개의 극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피터 브룩스의 ‘한여름밤의 꿈’, 홀과 버튼의 서사시 ‘장미의 전쟁’과 같은 작품을 대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번에 공연될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작품 속에 남성 우월주의가 내재해 있어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가장 비판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는 이번에 멀티미디어 등 현대적인 기법을 삽입, 기존의 ‘말괄량이…’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다.

이번에 내한하는 배우들은 지난해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초연돼 호평을 받았던 정예 멤버로 뉴욕 이스라엘 한국 대만 4개국 투어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는 1,500석 이상 규모의 극장에서도 배우들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육성으로 연기를 할 정도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그런 명성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와 스탭, 기술진을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대학로에 셰익스피어 전용극장이 생기고 연극 ‘레이디 맥베스’,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 국내외에서 일고 있는 셰익스피어 붐과도 연결돼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 ‘Sketch for My Mother’- 황지선

테라코타 알미늄 납판 등의 소재를 사용해 실험적인 작품을 주로 시도했던 조각가 황지선의 7번째 개인전.

기존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재료 발굴과 표현의 다양성을 추구해온 작가정신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 미국에서 3년간 유학 생활을 마치고 1998년에 귀국해 그간 구상했던 작품을 처음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느낀, 우리와 서구인의 사고 방식의 차이, 그리고 모성애에 더욱 각별한 한민족 고유의 정서를 담고 있다. 벽면, 입체, 죽음, 삶 등 주제로 규모가 큰 작품 7점을 선보이고 있다. (02)532-2204

7번째 개인전 6월20일까지/삼애물산 이천 아트센터


· 한스 레이그라프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로 평생을 살아온 독일 출신의 원로 한스 레이그라프가 11년만에 국내 팬을 찾는다. 레이그라프는 빈 고전주의 음악 해석의 정수로 피아노계에서 알아주는 세계적 석학.

1920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그는 만9세때 스톡홀름 오케스트라와 모짜르트 가장조 콘체르토를 협연했으며 만12세에 첫 독주회를 가진 음악 천재다. 2차대전 후 소련을 비롯해 유럽 북미 극동 등에서 순회연주를 해왔으며 런던 심포니, BBC오케스트라,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등과 협연한 바 있다.

빈 고전파 연주로 정평이 나 있으며 교육자로도 활동하면서 수많은 피아니스트를 배출했다. 현재 독일을 비롯한 세계 각국 뮤직 아카데미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모짜르트의 판타지 D단조와 피아노 소나타 B플랫 장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D단조,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A장조 등을 연주한다. 공연 다음날인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오퍼스 홀에서 마스터클래식도 가질 예정이다.

6월6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제2회 세계 단편 필름 페스티발

세계 각국의 유수 단편 영화를 테마별로 소개하는 영화 축제. 장 뤽 고다르, 아키 카우리스마키, 에릭 로메르 등 세계적 거장의 우수 단편에서 1990년대 이후 실험 단편,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을 총망라한 100편의 단편을 선보인다.

개막작(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나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했다’)과 폐막작(인기투표로 선정)을 제외하고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주제전에서는 세계 14개국의 걸작 31편과 한국 우수 단편 20선을 통해 나라마다 다양한 영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영국 프랑스 스칸디나비아의 ‘유모전’에서는 단편영화의 재기 발랄함을 느낄 수 있다. 또 ‘프랑스 거장 회고전’에선 고다르 트뤼포 로메르 피알라 등 프랑스 거장의 초창기 시절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영화적 상상력과 단편 영화의 매력을 만끽케할 ‘시네마 오프’에서는 실험성과 독창성이 뛰어난 작품이 준비돼 있다. 영화 소개외에 ‘단편 영화의 칸’이라고 불리는 끌레르몽 페랑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를 비롯 출품된 세계 단편의 감독과 함께 하는 세미나 자리도 마련된다. 이손기획 (02)3445-3818.

6월2~9일/코아아트홀


[영화]

· 비밀

‘여고괴담’ 박기형 감독의 초현실 감성영화. 정체 불명의 15세 소녀에게 생겨난 신비한 에너지의 비밀을 추적하면서 생겨난 일을 영상에 담은 영화.

여주인공 윤미조는 반년 동안 세 차례의 공개오디션, 거리 캐스팅, 천리안 사이버 캐스팅 등 3,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신데렐라. 김승우가 강물로 떨어지는 소녀를 물 속까지 뛰어들어 구해내는 라스트 수중 신은 백미로 꼽힌다.

6월3일 개봉/허리우드 서울 중앙 CGV11 등

· 동감

1979년에 대학 3년생인 소은(김하늘), 그리고 2000년에 대학 2년생인 인(유지태). 서로 다른 시간에 사는 두 남녀가 무선통신 햄으로 우연히 교신하면서 생기는 가상현실을 다뤘다. 유신말기인 1979년과 2000년 두 시대를 삶의 궤적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각본 장진·허인아, 감독 김정권.

5월27일 개봉/단성사 메가박스 중앙 등


[연극]

· 사랑이 가기 전에

현실에 지친 영혼의 사랑의 메시지를 통해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감동 서사시. ‘디아스폴라의 생애와 죽음’ 등 페이소스 강한 작품을 구현해온 중견 극작가 조성현과 ‘사랑을 주세요’ 등 오소독소한 연출가 김순영이 만났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수빈은 출판사가 부도나면서 어머니를 모실 길이 망막해진다. 미국에 사는 형이나 가게를 하는 여동생은 어머니를 외면하고 설상가상으로 부인마저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리는데…. (02)334-5915

6월25일까지 오후 7시30분(주말 3시·6시)/산울림 소극장


[전시회]

· 헤르만 헤세전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의 모든 것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회에는 헤세의 수채화 50점, 초판본 150점, 사진 엽서 50점, 동전 메달 등 유품 20점과 백남준 등 국내 10인의 미술 작품을 포함해 총 280점이 선보인다.

1877년 독일 뷔르템베르그 칼브에서 태어나 서점 점원, 신학생, 시계수리공, 시인, 반전주의자, 미술가 등 다양한 삶을 산 헤세의 예술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헤르만 헤세 박물관건립위원회 이상영 사무총장이 13년에 걸쳐 모은 작품이다. (02)737-4001

6월2일~7월10일/세종문화회관 특별전시실


[콘서트]

· 이브 Version Up Concert

그룹 ‘이브’가 3번째 앨범 ‘AGAPE’를 발매하면서 갖는 콘서트. 2집 앨범 ‘EROS’가 낭만적인 사랑을 노래했다면 이번 3집 앨범은 자기희생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존의 펑크 계열의 요소를 줄이고 록적인 부분을 조금 더 슬프고 클래식하게 강조했다. 여기에 ‘PLAY’같은 발라드곡과 ‘잊기’같은 탱고 리듬, 록큰롤인 ‘Darling’등 다양한 장르를 총망라했다.

6월3일 4시·7시30분, 4일 3시·6시30분/삼성동 섬유센터 3층 이벤트홀


[비디오]

· 경기 문화 재발견

일반인에게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무형문화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비디오. 안성 남사당 풍물놀이, 양주 상여 회다지 소리, 화성 재인청류 승무와 살풀이춤, 다시 살아나는 색 옷칠, 우리 배(韓船) 이야기, 우리 술 부의주 등 총 8편. 각 문화재의 유래, 내용 해설, 학문적 고증, 작품 미학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경기도내 650여개 중·고교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경기문화재단(0331)258-5105.


[음반]

· 펜타(PENTA)

한정수(보컬) 강인오(기타) 김선일(베이스) 장윤석(키보드) 백기열(드럼) 등 실력을 갖춘 다섯명의 록커가 낸 음반. 지난해 4월 그룹이 결성돼 컨셉 위주의 앨범 작업을 해오다 이번에 프로듀서 장윤석의 합류로 본격적인 음반을 출시했다. 독학으로 다져진 기량이지만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될 만큼 실력을 갖췄다. 100% 싱어송 라이터 앨범. 스타앤스타 (02)374-3035

■‘국내에서 가장 빠른 회선’, ‘가장 뛰어난 화질’을 표방하는 인터넷 방송 ‘okcast.com’이 6월3일 개국한다. 미디어텍닷컴이 제휴업체인 MBC 미디어텍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보이는 이 인터넷 방송은 버퍼링이나 다운로드 없이 원터치로 실행돼 기존 공중파 방송인 TV 수준의 동영상을 구현한다. 또 100만명이 동시 접속해도 끊김이 없는 풀 스크린 화면을 지원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6/01 16:21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