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올림픽 D-100] 시드니올림픽을 빛낼 스타들

D-100.

새천년을 여는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제27회 시드니올림픽(9.15~10.1)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1984년 LA올림픽에 이어 5회 연속 세계 10위권 진입을 노리는 한국을 빛낼 스포츠 스타는 누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최강으로 꼽히는 양궁과 태권도는 올림픽 금메달보다 대표선발전이 더욱 어려운 케이스로 숱한 스타들이 눈물속에 사라지기도 했다.

5월 24일 원주양궁장. ‘돌아온 신궁’김수녕(29·예천군청)이 5차 대표선발전에서 1위에 오르며 미소를 지은 반면 ‘세계랭킹 1위’이은경(28·한국토지공사)이 눈물바람속에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희비가 교차, 주변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금메달보다 어려운 대표선발전

이은경이 누구인가. 한국을 대표하는 IOC선수위원 후보에다 지난해 7월 리옹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이후 줄곧 10개월째 세계랭킹 1위를 지켜온 신궁으로 시드니올림픽 금메달 후보 0순위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었다.

예전의 김수녕이나 92바르셀로나 2관왕 조윤정, 96애틀랜타 금메달리스트 김경욱 등이 조기 은퇴한 것도 국제대회보다는 국내대표 선발전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더욱이 양궁대표선발전은 7차전까지 예정돼 있어 시드니행 티켓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될 만하다.

6월3일 끝난 6차선발전에서 남자의 장용호(예천군청) 오교문(인천제철) 등과 여자부의 김수녕, 정창숙(대구서구청) 김남순(인천시청) 등 남녀 6명이 최종전에 진출해 있지만 최종엔트리가 각 3명씩임을 감안할 때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양궁은 백전노장 김수녕이든 ‘포스트 이은경’을 노리는 정창숙(27·대구서구청), 무명에서 일약 기대주로 떠오른 김남순(20·인천시청) 등 누가 대표로 나서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 과녁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는 메달수가 문제. 한국은 각국별 쿼터가 최대 4장인 태권도에서 남녀 2명씩 출전, 금메달 독식을 노리고 있다.

태권도는 세계선수권 3연패(連覇)에 빛나는 80㎏이상의 김제경(29·에스원)이 허벅지 부상에 시달리곤 있지만 큰 대회 경험이 풍부해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프랑스 국적의 흑인선수인 바스칼 젠탈과 명승부가 예상된다.

김제경은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바있어 올림픽과도 인연이 깊다. 여자부 57㎏이하의 정재은(한체대)도 97세계선수권 페더급 금메달리스트답게 태권도 종주국의 매운 맛을 보여줄 각오다.

사실 태권도는 시드니이후 지속적으로 정식종목이 되기위해서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독식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될 정도다.


배드민턴 김동문, 2관왕 도전

배드민턴은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연속 2개의 금메달을 한국에 안겨준 효자종목. 최소 2개의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배드민턴은 혼합복식과 남자복식에 출전하는 김동문(24·삼성전기)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

김동문은 나경민(23·여·대교)과 함께 짝을 이룬 혼합복식과 하태권(24·삼성전기)과 파트너를 이룬 남자복식에 출전, 2관왕에 도전한다. 96애틀랜타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차지한 김동문과 은메달을 차지했던 나경민, 두선수의 환상적인 조합은 시드니의 금메달을 담보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들은 1997년9월 미국오픈부터 1999년3월 스웨덴오픈까지 국제대회 11회 연속우승과 51연승의 신화를 만들기도 했다. 김-나조는 올시즌 코리아오픈,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 스위스오픈에서 우승,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다.

김동문은 또 하태권과 짝을 이룬 남자복식에서도 세계랭킹 2위에 올라 있어 2관왕까지 바라보고 있다. 김동문-하태권은 올해들어 전영오픈과 스위스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심권호, 2체급 그랜드슬램 가능할까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피를 말리게 했던 대표선발전에서 맞수 하태연을 꺾고 올림픽 티켓을 따낸 ‘작은 거인’심권호(28·주택공사)는 레슬링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 도전에 나선다. 바로 2체급 그랜드슬램.

시드니행 티켓을 거머쥔 심권호는 그레코로만형 54㎏급을 평정, 사상 초유의 2체급 그랜드 슬래머가 되겠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심권호는 지금은 없어진 48㎏급서 96애틀랜타올림픽, 95세계선수권, 94아시안게임, 96아시아선수권을 석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97년 10체급서 8체급으로 조정된 후 불가피하게 54㎏으로 올라선 그는 98스웨덴세계선수권, 98방콕아시안게임, 99아시아선수권을 연속 제패, 올림픽 금메달만 추가하면 사상 초유의 2체급 그랜드슬래머가 된다.

더욱이 지난해 3연패(連敗)했던 라이벌 하태연을 꺾고 출전권을 획득,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있다.

레슬링에서는 심권호외에 그레코로만형 58㎏급의 김인섭(26·삼성생명)과 68㎏급의 손상필(26·주택공사)이 금메달에 가장 근접해 있는 기대주다. 김인섭은 허리힘이 좋아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린뒤 업어넘기기나 허리태클로 득점하는 것이 주특기인 반면 손상필은 측면들어넘기기 등 큰기술에 강점을 보이고있는 화끈한 공격력의 소유자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유도는 예전의 올림픽에 비해 특별한 스타가 없는 편이다. ‘노골드’수모를 당했던 지난해 10월 영국 버밍엄 세계유도선수권대회 100㎏급서 은메달을 따낸 장성호(21·한양대)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밧다리 후리기가 주특기인 장성호는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있었으나 첫 출전한 세계선수권서 은메달을 차지,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여자부서는 ‘돌아온 스타’조민선(두산)과 정성숙(포항시청)의 화려한 재기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28세 동갑내기인 두 간판스타는 각각 결혼(조민선)과 해외진출(정성숙)로 오랜 기간 매트를 떠났다 돌아온 스타.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조민선은 2월 파리오픈 70㎏급에서 독감속에도 은메달을 따내 재기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애틀랜타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정성숙은 같은 대회 63㎏급에서 정상에 올라 메달 색깔을 고르는 문제만 남겨놓았다.


이봉주 올림픽월계관의 한, 이번엔 푼다

마라톤은 올림픽의 하이라이트. ‘봉달이’이봉주(30·삼성전자)는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남아공의 투가니에게 단 몇초차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던 한을 풀기위해 와신상담, 설욕을 벼르고 있다.

이봉주는 올 2월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7분20초를 기록하며 한국기록을 경신, 코오롱이탈 파문으로 인한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킨데다 6월2일 삼성전자에 새 둥지를 틀어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갖추었다.

더욱이 이봉주가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고 역대 올림픽 마라톤이 기록싸움보다는 순위 싸움이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봉주의 금메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체조의 이주형(26·대구은행)은 한국체조사상 올림픽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딸 후보로 손꼽힌다. 이주형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평행봉에서 우승, 한국남자체조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세계남자체조 평행봉 1인자.

90년 북경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슬럼프에 빠졌으나 세계선수권 금메달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또 여홍철도 96애틀랜타 올림픽 뜀틀 은메달에 이어 시드니에서도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구기종목에서는 여자핸드볼과 남자하키가 금메달에 근접해 있다. 여자핸드볼은 이번 대회에서 88년과 92년 올림픽 2연패(連覇)의 영광 재현에 나설 각오이며, 프로와 아마가 혼합된 야구드림팀은 박찬호 등 해외진출선수들의 참가여부가 관건이지만 동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여동은 체육부기자

입력시간 2000/06/07 20:28


여동은 체육부 deyu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