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 ⑪] “목이 마르다”

목이 마르다.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지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주가를 올리는 첨단과학의 한계를 나는 물에서 찾았다. 인간복제다, 화성여행이다 하면서도 정작 인류생활의 가장 기초적 사안인 물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못하는 과학.

사람이 흙과 70%의 물로 빚어졌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어떻게 그토록 물에 대한 기술개발에 등한했던 것일까?

지금 세계는 ‘물 부족’이라는 대환란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참으로 부끄러운 것은 UN이 우리나라를 세계 물 부족 8개 국가중 하나로 분류했다는 것이다(연간 담수량이 1인당 1,700㎡이하로 떨어지면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다).

설상가상으로 1인당 수돗물 사용량은 하루 395ℓ리터로 OECD국가 중 가장 많다고 한다. 아마 믿기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 문제에 있어서 분명 우리는 세상 모르고 살아가는 철부지나 다름 없다.

세계적으로 물이 없어 죽어가는 어린이가 하루 5,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물 부족에 시달리는 환경난민이 1998년 2,500만명으로 전쟁난민의 수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세계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무려 30억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쯤 되면 첨단과학이 만들어갈 21세기 무병장수의 시대, 우주여행의 시대라는 말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지경이 아닌가.

북한의 기아현상도 긴 가뭄이 만들어낸 물 부족현상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현재 아시아는 수자원의 고갈로 광범위한 지역이 사막화하고 있다.

인도 서북부 지방은 가뭄으로 약 5,000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천 마리의 가축이 죽어나가고 있다. 용수의 부족으로 올해 농업 수확량도 4분의1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황화가 메말라가고 있으며 거의 모든 평야지역이 물 부족 사태를 빗고 있다. 중국 베이징시는 지난 5월29일 사상 처음으로 물 배급제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동서부에 있는 큰 강줄기 콜로라도 강이 메말라 가고 있으며 텍사스의 경우 담수 고갈로 인해 1980년부터 매년 1%의 농토를 잃어가고 있다. 중국, 미국, 인도는 세계 식량의 절반을 생산하는 곳인 만큼 물 부족은 머지 않아 세계적 식량난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세계를 본격적인 ‘물 분쟁의 시대’로 몰아가고 있다. 다뉴브 강 오염을 둘러싸고 유고 연방과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이 다툼을 벌이고 있고 나일강 연안의 아프리카 8개국도 나일강의 물을 둘러싼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유프라테스 강을 둘러싼 터키 시리아 이라크의 대립과, 요단강을 두고 벌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도 치열하다.

심각한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용수 1000㎥를 절약할 때마다 125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는 정책을, 중국 베이징시는 물 할당제와 배급제를, 이집트의 카이로시는 식수를 다른 용도로 낭비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모두가 절약에 목을 매고 있다. 첨단과학에 대한 기대를 거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정말로 과학적 대안은 없는가? 지구상의 전체 물 가운데 식수나 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담수는 2.5%에 불과한데 이중 3분의2는 만년설과 빙하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녹여 식수로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그리고 지구 수자원의 97.5%를 차지하는 바닷물을 먹는 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도 바닷물 식수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물의 날’에 어떤 이가 ‘물 혁신 기금’을 설립하자는 주장도 했었지만 물 부족을 첨단과학으로 해결할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과학의 힘은 거대한 자연의 힘에 비하면 아주 미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물 문제는 절약이 가장 과학적인 해결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06/0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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