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남북정상회담-멀고도 험할 통일장정의 시작

너무 오랜 세월을 기다려왔던 탓일까. 일정이 갑자기 하루 연기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가슴을 졸이고, 쓸어내려야 했다. 뜻하지 않는 변수가 많은 것이 남북한간의 만남이라지만 북한으로 가는 길은 더욱 그랬다.

믿기진 않지만 남북의 정상은 드디어 만났다. 김대중 대통령 등 방북대표들은 비행기에 탑승한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평양에 도착했다. 무려 55년이 걸린 길이다.

그러나 남북 분단으로 희생당한 사람들과 이산가족들의 고통과 한(恨)은 그 긴 세월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크고 깊을 것이다.

한반도의 냉전은 동북아 문제를 넘어 세계 평화를 가로막은 큰 걸림돌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정상의 만남이 역사적인 사건이지만 불과 이틀동안의 회담으로 반세기동안 계속돼온 대립과 불신, 반목과 증오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허탈과 좌절만 키울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더이상 남북이 총부리를 겨누고 서로를 없애야할 대상으로 삼으며 살아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 후손에게까지 민족분단의 빚을 유산으로 남겨줄 수는 없다. 순진한 급진 통일론 만큼이나 극단적인 적대감도 경계의 대상이다.

우리에게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존 공생의 길을 찾아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악수가 단지 두사람만의 정치적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북의 화해로 확산되고 전세계 냉전의 종식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남북의 최고 지도자가 만나 악수를 나눔으로써 반세기동안 얽히고 뒤섞인 매듭을 풀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는 남북 여론지도층의 인내와 지혜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평양회담은 멀고도 험할 통일대장정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6/13 18:46


송용회 주간한국부 songy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