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특수 여기 깡그리 들었습네다”

■ 이제 벤처는 평양이다/방영철 지음/김영사 펴냄

■ 평양 비즈니스아이템 100/윤승재 엮음/민미디어 펴냄

“북한의 양강도·자강도의 목재와 북한 광산의 금·동 자원이 헐값으로 중국으로 밀반출되고 있다. 이를 개발할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탓이다. 북한에서는 수산물이 대단히 싸지만 육류는 아주 귀하다. 남한은 이와 다르다. 북한의 수산물을 남으로 가져오고, 남한의 육류를 북으로 가져가면 서로에게 높은 이익을 줄 수 있다.

북한에는 높은 수준의 정보통신기술을 가진 값싼 인력이 있음에도 이들을 활용할 산업의 부족으로 이들이 유휴노동력으로 남겨져 있는 상태다. 반면 남한은 인력난에 처해있다. 북한에는 천연의 관광자원과 세계적인 특산품이 있는 데도 이를 산업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자본주의 경험과 국제법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해 대외협상이나 분쟁에서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 남한은 이를 보완하고 북한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경제공동체를 실현해 나간다면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이제 벤처는 평양이다)

“김일성의 특각(전용별장)은 함남 함흥, 양강도 혜산, 평북 묘향산 등 북한의 명승지마다 세워져 있다. 이들 특각을 임대하여 관광지로 개발하는 비즈니스 아이템을 구상해보자. 남북이 통합되고 이산가족이 만나는 시절이 오면 경호업무와 심부름 시장이 팽창할 것이다.

경호전문가들을 비싸게 고용하기 보다는 10만명이나 되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을 경호원으로 채용하면 어떨까. 북한 남자들을 대부분 포경수술을 않고 산다. 통일후 외과의사들에게 열린 북한의 포경수술 시장은 무한하다. 평양의 단고기(개고기) 요리는 담백하고 맛깔스럽다.

기존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평양이나 지방의 단고기국집을 인수하거나 새로 단장해 사업을 확장해보자. 북한에서 교통·운반수단으로 간주되는 자전거는 지방사람에겐 재산목록 1호다. 중산층의 징표로 여겨지는 오토바이 시장은 단기간내에 승부를 걸 수 있다. 북한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술은 맥주. 평양의 호프집은 대환영이다.”(평양 비즈니스 아이템 100)

북한 특수는 가능할까. 탈북자 출신 컨설턴트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북한 컨설팅을 하고 있는 탈북자 방영철, 윤승재씨가 각각 ‘이제 벤처는 평양이다’(김영사)와 ‘평양 비즈니스 아이템 100’(민미디어)를 내놓았다.

남북 정상회담과 동시에 출간돼 필자들의 센스와 순발력이 돋보인다. 한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상술을 발휘했다는 송악(개성)상인의 후예에게 상업 마인드가 여전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들 책에는 단순한 순발력만 녹아있지는 않다. 필자들이 나름대로 북한 사정에 정통하고 있다는 점이 책속의 정보가치를 더한다. 방씨는 항해관련 실무를 통해 북한의 전반적인 물류시스템을 터득했고, 윤씨는 지구물리학 탐사학과를 나와 북한 전역을 샅샅이 여행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필자들은 북한에서의 사업 아이템 소개와 함께 두 가지 화두를 던진다. 우선 북한은 도전적인 벤처기업가와 개인사업가가 소자본으로 성공할 수 있는 비전의 땅이란 것. 또하나는 남북경제는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방씨는 벤처기업이 유망한 이유를 네가지로 꼽는다. 첫째, 대기업은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받기 쉬운 북한에서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둘째, 인프라가 빈약한 북한에서는 수익환원이 늦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는 위험하다.

셋째, 북한에는 즉각적 상호이익이 가능한, 작은 단위의 사업 아이템이 무궁무진하다. 넷째, 현단계에서 대규모 대북투자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다.

이들 책은 권말에 북한의 각종 경제투자 관련 법규와 대북투자 Q&A, 북한 사람과 친분을 쌓은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귀가 솔깃하게 소개된 사업 아이템은 비단 북한 뿐 아니라 국내투자와 제3국 투자에도 지침으로 원용될 만 하다. 북한의 전반적인 소비능력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는 게 흠이긴 하지만 적어도 중소기업인에겐 ‘통일경제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6/20 19:10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