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상처받는 아이들…

이혼가정의 자녀들을 취재하면서 접촉한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마치 사전에 입을 맞춘 것처럼“안타깝다”, “대책이 시급하다”는 말을 빼놓치 않았다.

우리 사회도 이제 부부 4-5쌍 중 한 쌍이 이혼하면서 이혼부부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많이 누그러졌다. 그러나 취재를 할 수록 미성년 자녀들은 거의 내팽겨졌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한 상담전문가는 학교는 물론 가족의 비협조로 상담을 포기하고 만 이혼가정 아이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가 아이들을 탈선과 범죄로 몰아넣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에게도 불행이고 사회적으로도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죠.” 부부가 이혼하면 어머니든 아버지든 한쪽이 양육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생계유지를 하면서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란 쉽지 않다. 결국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이혼가정의 아이들은 사랑과 관심의 부족은 물론 또래들과 비교해 ‘결손가정’이라는 상실감에 짓눌리는 것이다.

한 이혼가정의 고교생은 초등학교때 학교에서 ‘부모님 얼굴을 그려오라’는 숙제를 받았을 때가 가장 괴로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사회의 책임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혼부부들이 앞장서 아이의 상처를 키우는 것도 문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혼하면 상대방이 자녀를 찾아오는 것 조차 막는 감정적인 행동이다.

30대 이후 부부의 이혼이 늘어나면서 미성년 자녀는 앞으로 커다란 사회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식통계로 잡힌 것만 한 해 이혼가정의 미성년 자녀가 벌써 10만명을 훨씬 넘었다. 자녀 때문에 부부가 불행한 생활을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이제 우리 사회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6/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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