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청문회 다운 청문회' 여야 한다

“정치 생활 20년간 원칙과 소신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요즘 깨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을 바꾼 것은 진심으로 죄송할 다름입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인사 청문회가 이한동 총리서리를 첫 후보자로 세운 가운데 6월26~27일 국회에서 열렸다. 여야가 10년여에 걸친 진통 끝에 성사된 이번 인사 청문회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정수행 능력과 도덕성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검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해 국회 검증이라는 또 하나의 통과 절차를 만듦으로써 앞으로 고위 공직을 희망하는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스스로 도덕적 투명성과 자질을 함양토록 하고, 통치권자에겐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공직자를 임명토록 하는 순순환의 선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후보자의 개인 비리 폭로나 여야 의원들의 정치적 선전의 장이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러나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은 또 한번 실망감을 갖추지 못했다. 질문자로 나선 야당 의원들은 이 총리 서리의 국정 운영 비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재산 비리나 당적 이동 등과 같은 도덕적 문제에 집착, 지엽적인 비리를 들춰냈다. 여당 의원들은 두리뭉실한 질문으로 이를 덮어주려도 애썼다.

대통령을 보좌해 나라 살림을 꾸려갈 총리로 국민앞에 제시해야 할 정책 비전이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질문은 뒷전으로 밀렸다.

피청문인으로 나선 이한동 총리서리도 “성실하고 진실하게 답변하겠다”던 모두 발언과는 달리 “12·12 군사쿠데타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5공 정권에 가담했다. 나중에야 진상을 파악했다”는 식의 하나마나 한 답변으로 그때 그때 상황을 넘기기에 바빴다.

만족스런 청문회를 향해 가야할 길이 너무나 멀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첫 인사 청문회였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6/27 15:58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