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여름철 수험생의 건강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수험생 사이에 회자되는 말 중에 ‘4당5락’이라는 것이 있다. 하루 수면시간이 네 시간 이내면 합격하고 5시간 이상 되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곧 수험생의 고달픈 일상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다.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건강하게 정상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이고 인간이 참을 수 없는 욕구 중의 하나가 잠이라고 할 때 그야말로 엄청난 인내가 요구되는 생활이 아닐 수 없다.

수험생의 일과는 이처럼 피곤하고 괴롭다. 새벽 일찍 집을 나가 학교에서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책과 씨름하다가 방과 후에는 다시 보습학원으로 옮겨간다. 졸린 눈을 비비며 책장을 넘기고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에야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의 연속이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면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육체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시기에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책과 씨름하며 머리를 많이 쓰는 대신 운동량이 적다보니 에너지 소모가 적고 성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다보니 기혈이 정체되는 울체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시험과 성적에 대한 중압감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돼 신진대사가 극도로 저하되는가 하면 고르지 못한 불규칙적인 식사로 인해 영양의 불균형과 위장장애가 오기도 하며 수면부족으로 뇌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항시 머리가 혼탁하고 정신집중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흔히 수험생이 ▲머리가 항상 무겁고 띵하다 ▲눈이 침침하고 뒷목이 뻣뻣하며 어지럽다 ▲매사에 신경질과 짜증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소화가 안되고 변비나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적인 피로를 느끼고 감기를 달고 다닐 정도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다 ▲정신집중이 안되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과식, 운동부족 등으로 비만에 시달린다 ▲여학생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하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같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은 수험생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기 쉽다. 계속되는 무더위로 체력소모가 많은데다 여름철의 경우 밤이 짧아 소모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수면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공부는 정신력에 의해 좌우된다고들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체력이 따라주어야 가능해진다. 체력이 떨어질 때 정신력도 저하되며 성적도 하강곡선을 그리는 것이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도 있지만 수험생에게 있어서 ‘체력은 합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계속되는 학습과 시험에 대한 중압감 등으로 체력이 저하되고 건강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수험생의 지친 심신을 다스리고 건강을 도와주는 처방으로 ‘총명탕’과 ‘장원환’, ‘정지환’ 등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총명탕은 맹자가 건망증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약이며 장원환은 옛 선비들이 과거를 준비할 때 장원급제를 꿈꾸며 먹던 보약이다.

이들 처방은 피로해진 심신을 다스리고 뇌에 정체되어 있는 기혈을 순환시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을 안정을 통해 이상이 야기된 수험생의 건강을 회복시켜 학업능률을 향상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이들 약물의 경우에도 반드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개개인에게 적합한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수험생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치료와 함께 평소 생활에서 섭생에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아침을 거를 경우 두뇌활동에 필요한 포도당 공급이 부족해져 학습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호두와 잣, 아몬드,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 견과류와 씨앗류 식품,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 꽁치와 고등어, 참치 등 DHEA가 다량 함유된 등푸른 생선류를 섭취하는 것도 두뇌에 충분한 영양공급으로 수험생의 뇌력증진에 도움이 된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0/06/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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