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수해는 인재, 반드시 밝혀내겠다"

‘인재를 규명하는 투쟁위원회’ 이인곤 회장

“지난해 문산 수해는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입니다. 동문천이 범람한 것은 폭우나 서해만조 탓이 아니라, 문산교 교각공사중 박아놓은 철재 프레임을 제때 철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철제 프레임이 물의 흐름을 막는 바람에 하천 수위가 놓아져 상류에서 범람한 것이죠. 만조 운운하는데 역시 말이 안됩니다. 동문천 범람 당시 서해 물때는 만조가 아니었습니다.”

‘인재를 규명하는 투쟁위원회’ 회장 이인곤(39)씨. 그녀는 지난해 문산읍 수해가 전형적인 인재라며 손배배상 소송을 준비중이다. 소송 대상은 정부와 당시 문산교 시공사인 동일건설. 교각공사용 프레임을 철거하지 않은 시공사와 이에 대한 감독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문산읍에서 감자탕 식당 ‘순악찔’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소송을 위해 동분서주하다보니 수해에 관한한 준전문가 수준이 됐다.

아직 이씨의 소송준비에 동참하는 주민은 그리 많지 않다. 이씨는 그러나 6월말까지 원하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7월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일단 소송이 들어가고 논란이 확산되면 참여주민도 늘어날 것입니다.”

그녀는 정부의 무성의한 수해보상보다 주민을 도외시하는 처사에 더 분노했다. “이곳 주민들은 이제 비만 오면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 됐습니다. 때문에 물이 차면 이 지역의 어느 맨홀 뚜껑을 열어야 배수가 잘 되는지도 훤히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장마에 대비하는 관계기관은 지역주민의 의견 한마디 물어보지 않고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주민 항의에 달래기로 일관하는 당국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도 수해 위험성을 호소했더니 정부는 ‘문산쪽이 위험하면 다른 지역의 제방을 무너뜨려서라도 문산은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대답하는 겁니다. 이 사실을 다른 지역 주민들이 알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이씨는 문산발전을 위해서도 인재를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문산상권은 거의 망한 상태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수해 이후 문산읍내 신용불량 거래자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인명피해보다는 경제적 피해가 너무 커 주민생계가 위협받는 실정입니다. 올해도 수해를 대비해 미리 짐을 싸놓은 집도 있습니다.”

장마철을 앞둔 이씨의 결심은 단단하다. 비가 오면 만사 제쳐놓고 공사현장을 돌아 다니며 카메라로 부실상황을 찍어 기록할 계획이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6/28 11:10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