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경 EpiValley 사장이 본 김홍선 사장.

김홍선 사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전인 대학교 2학년때다. 첫 기억에는 둥그런 생머리에 머리가 크고 수줍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무슨 스터디 그룹인가를 같이한다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계속 같이 다니게 됐다. 그 당시 김사장은 얌전한 전형적인 공대생으로, 조용하며 다정하게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그가 사업에 뛰어들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김사장에 대한 느낌은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매우 강했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장점을 존중해 주는 바람에 비교적 대인관계가 좋은 것이 그의 장점이다. 대학시절 서클(동아리)활동도 열심히 하였으며 3~4학년때는 서클을 이끌기도 했다. 그런 경험이 그를 EQ가 높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졸업후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을 때 그가 어느 날 불쑥 미국에서 나타나 이런 저런 사업을 하니 몇 사람을 소개시켜달라고 했다. 그 때는 이미 꼼꼼하고 얌전한 학생에서 공격적인 사업가로 변신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미국에서 완전 귀국해 사업을 시작한다고 말했을때 매우 놀랐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대개 잘 나가는 대기업에 가거나 대학 교수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우리 주변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후 가끔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경우가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IMF로 어려웠을 때 직원의 월급을 못줘 한강에 자살하려고 갔다가 마음을 바꿔 돌아왔다는 것이다. 어려움 없이 자란 그가 모든 것에 앞서 직원의 월급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오늘날 비교적 성공한 회사의 틀을 만들 수 있는 인간적인 기본이 아니였을까.

그는 깨끗하고, 똑똑하며, 양심적인데 반해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 강한 면이 있다. 최근 보안 분야에서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으니 매우 기쁘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번성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입력시간 2000/06/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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