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스타열전(17)] 김홍선 시큐어소프트 사장(下)

“벤처요? 거품이 많죠. 그 거품은 시장 원리로 걷어내야 합니다. 기술력이 모자라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벤처기업을 도태시키는 것, 그게 바로 시장원리죠. 벤처로 성공하려면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 그 흐름을 먼저 포착하고,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김홍선 사장의 벤처관 역시 박사급이다. 이론에다 경험까지 두루 갖췄으니 귀담아 들어둘 만하다. 시큐어소프트는 바로 그의 벤처관에 입각해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실체다.

전자상거래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를 잡으면 정보보안 문제가 반드시 제기될 것이라는 데 일찍 눈을 뜬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제대로 읽은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기술을 개발했고, 이제는 보안분야에서 시장 선점의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벤처가 나아갈 길을 제대로 짚어내고 철저하게 그 길만을 골라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무선보안'으로 무선인터넷시대에 대응

김 사장은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파악해 그때그때 대응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밖에 없는 벤처업계의 ‘정글 법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근 무선보안(Wireless Security) 쪽에 눈을 돌린 게 대표적인 예. “모든 인터넷 서비스가 유선에서 무선으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활용하는 세대에게는 무선보안 솔루션이 가장 중요하죠.

유선분야에서 구축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이동통신의 무선 시스템에 맞게 변형하고 업그레이드시켜야죠.”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오랜 시간 어렵게 쌓아온 기술력과 주변에 모여든 인재들에 대한 믿음때문이리라.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해커를 시큐어소프트는 사이버 세계에서 어떻게 발견하고, 잡고, 퇴치할수 있을까.

“사이버 보안도 결국은 집의 문단속과 같은 컨셉에서 나온 것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방화벽(firewall)은 집을 둘러싸고 있는 담벼락이고, IDS(침입탐지시스템)는 출입자를 감시하는 감시카메라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죠.

특히 모니터링 장비를 잘 활용하면 집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도둑(해커)의 움직임을 알 수 있어요. 해커는 원래 몇가지 유형이 있어요. 접속하기 위해 여러 번 패스워드를 시도한다든가 밤늦게 대규모 파일을 이동하는 것 등인데 일단 모니터링 장비에 잡히면 그가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추적이 가능합니다.”

말로는 간단한 원리이지만 공간 및 시간 개념이 없는 사이버 세계에서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네티즌을 일일이 추적하는게 그렇게 쉽지 않다. 그래서 인터넷상의 보안시스템을 이제는 e-비즈니스의 인프라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김사장은 주장한다.

“e-비즈니스는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모든 인터넷망에 대한 보안시스템을 자체 네트워크는 물론 시스템과 어플리케이션 등 모든 분야에 설치하고 적용시켜야 안전한 e-비즈니스가 가능한데 그렇게 되려면 인터넷 통신망 제공이나 ISP(웹호스팅 서비스)와 같은 비중을 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e-비즈니스 인프라로 생각을 바꾸는 거죠.”


인프라업체로 성장 위해 기술수준 높여

그렇지만 아직은 보안솔루션을 또하나의 인프라로 취급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김사장은 그런 현실이 안타깝다.

“보안업체가 인프라 업체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영향력 있는 1위 기업이 나와야 합니다. 우리는 사명감을 갖고 그런 기업이 돼 인터넷 비즈니스를 정착시키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시큐어소프트는 인프라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1단계 조치로 네트워크 보안에 머물러 있는 현 기술수준을 시스템과 어플리케이션, 암호화 등 모든 분야를 통합한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는 7~8월이면 그 첫 작품이 선을 뵐 전망이다.

전재범 마케팅본부 차장은 “한 회사가 고객과 연결되는 모든 인터넷망을 종합적으로 보호하는 VPN(가상 사설망) 제품을 곧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PKI(공개키 기반구조)와 같은 인증보안 솔루션과 연계하면 보안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PKI는 사이버 뱅킹, 쇼핑몰 등 사이버 돈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더욱 중요해진 분야다.


글로벌한 경쟁력 갖추는데 사활 걸어

김사장이 즐겨쓰는 용어로 두 가지가 있다. 투명경영과 글로벌. 이 단어들은 시큐어소프트의 ‘오늘과 내일’을 상징하는 용어다.

벤처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이지만 그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는 그이기에 1998년 합병이후부터 투명경영을 유난히 강조해왔다.

“합병이후 흐트러진 사원간의 결속이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갔어요.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고 팀워크도 좋습니다. 여기에 오기까지 철저하게 투명경영 원칙을 고수했어요. 예를 들면 사장이 언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는지 모든 직원이 다 알지요.

마찬가지로 간부급 이상에게는 매일 스케줄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한마디로 투명하게 일하자는 거죠. 그래야 원할한 소통이 이뤄진다고 믿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매출이 300억원 규모에 올라설 때까지 계속할 생각입니다.”

시큐어소프트의 기술수준은 이미 검증된 상태다. 미국의 유명한 보안회사 ISS와 체크포인트와 경쟁할 수 있는 핵심기술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수준은 아직 ‘글로벌’하지 못하다. 김사장이 ‘글로벌’란 단어를 자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는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인터넷 보안인프라 구축과 무선보안시장 선점, 해외진출이라는 3가지 목표중에서 가장 어렵지만 꼭 해내야하는 것이 해외진출인데 이는 글로벌한 경쟁력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시큐어소프트는 해외진출의 전진기지로 지난 4월에 미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한 1년후쯤이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역시 ‘세계의 벽은 높다’는 게 김사장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일까, 시큐어소프트의 기업색깔을 묻는 질문에도 주저하지 않고 파란색을 골랐다.

파란색은 젊고, 열정적이며 궁극적으로는 글로벌한 색깔이라며. “좀 심하게 말하면 우리 벤처업체의 수준은 미국의 기술을 흉내내는 정도고 독창성도 아직 낮습니다. 이제 시작이죠”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2000년을 글로벌(Globalization) 회사의 원년으로 삼은 고뇌를 쉽게 읽을 수 있다.정직하게 살았더니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도 많더라는 김홍선 사장. 그는 직원에게 정직함과 함께 비전을 키워주는 CEO(최고경영자)가 되고 싶어한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0/06/28 15:1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