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⑮] 붉은 행성의 생명수

‘우주탐험은 곧 화성탐험’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요즘 화성에 대한 화제가 꽃을 피우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일찍부터 화성을 식민지 대상 1호로 지목하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탐사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화성은 여러 면에서 지구와 유사하다. 자전주기는 24시간40분으로 겨우 40분의 차이가 나고 자전축의 기울기는 24도로 지구의 23.5도와 거의 비슷하며 4계절 또한 뚜렷하게 존재한다. 그래서 화성탐사의 주요 목적도 물과 생명체의 확인에 두고 있다.

화성탐사의 역사는 1965년 7월14일 화성궤도에 도착한 미국의 마리너 4호에서 시작되었다. 1997년 7월4일 패스파인더가 화성의 아레스 계곡에 착륙한 것이 가장 최근의 일이다.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1996년부터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화성 전방위탐사위성(Mars Global Surveyor)이 지난 6월21일 화성 표면에 골짜기와 해협 그리고 삼각주 등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었다는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38억년전 화성에는 분명히 따뜻한 기후와 더불어 엄청난 양의 지면수와 대양이 있었다는 가설에 동의하고 있다. 그 이후 기후와 중력의 변화를 거치면서 현재 화성은 춥고 메마른 ‘죽은 행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화성이 여전히 어느 정도의 물을 함유하고 있으며 아마도 땅속에 묻혀 있거나 극지방에 얼음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한 애리조나 주립대학과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팀은 화성에서 지구로 날아온 운석의 성분 분석을 통해 과거 화성의 해양이 소금물이었다는 증거를 찾아내고 이를 ‘운석·행성과학’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911년에 이집트에 떨어진 노아라는 12억년 된 운석의 내부성분을 조사하였는데 바닷물(소금물)의 증발로 인해 침전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용성 이온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높은 농도의 나트륨과 클로라이드, 마그네슘, 플루오라이드, 황산 등 지구의 바닷물에서 발견되는 모든 요소가 함유되어 있었다. 그래서 과거 화성의 해양이 현재 지구의 해양 모습과 비슷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화성의 지표수와 바닷물에 대한 증거는 최소한 미생물과 같은 원시적 생명체가 화성에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높은 가능성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는 중요한 발견이다. 우선 지구에서 생명의 존재를 위해 절대적인 것이 물인 것처럼 화성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 존재의 높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발견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지구 생명체는 화성에서 왔다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우주에 떠다니는 운석과 혜성이 화성에 충돌해 퉁겨져나온 암석조각 중 일부가 미생물을 묻힌 채로 날아다니다가 지구에 떨어져 지구생명체의 기원이 되었다는 학설이다.

이들은 지난 40억년동안 화성에서 수십억(10억-50억)개의 암석이 지구에 떨어졌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화성은 초기에 따뜻하고 습기가 많아 생명체가 나타나기에 적합한 조건을 지구보다 먼저 갖추고 있었다는 점에도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물은 인간의 화성체류를 위한 필수 음료이며 식물의 재배 등 양식의 자급자족에도 필수적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면 수소는 로켓의 추진연료로, 산소는 호흡용 가스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해양의 소금물을 이용, 수소핵융합을 통한 플라즈마를 추진연료로 사용할 경우 화성까지의 여행시간을 절반이상 단축시켜 3개월 안에 화성에 도착할 수 있다(현재는 8개월 소요).

만약에 지구의 생명에 화성에서 유래한 것이 거부할 수 없는 사실로 밝혀진다면 적어도 진화론의 입장에서는 생명의 역사를 다시 써야할 것이고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땅의 정의를 지구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우주로 확대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진화의 법칙대로라면 외계행성에서 먼저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것은 외계의 어느 행성에 우주인이 살고있다는 추정까지도 가능해진다. 과연 인간의 화성탐사로 인하여 기존의 생명체에 관한 전반적인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지, 일시적인 판단착오로 막을 내릴 것인지, 그 추이를 주목해야할 묵직한 사안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07/0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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