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향계] 약사법 개정 등 난제 수두룩

이번 주간에는 16대 국회의 첫 임시국회가 끝나고 또하나의 임시국회가 열린다. 5일 개회하는 213회 임시국회는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안, 대법관 인사청문회, 약사법 개정, 정부조직법개정 등 뜨거운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6일과 7일에 열리는 6명의 대법관후보 인사청문회는 지난 주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 이어 헌정사상 두번째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성격이 강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와는 또 다르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일정부분 견제하는 것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의 본래 목적.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회가 대법관의 자질을 검증한다는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 재정립으로 이어진다.

검찰과 법원 내부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정 사건에 대한 기소 및 판결내용 등이 모두 검증대상에 오름으로써 대법관을 꿈꾸는 법조인은 평소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이것이 법조계의 관행이나 문화에 미칠 영향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 자리 다툼,‘준비된’부실 청문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이협 의원은 “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법관 인사청문회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대법관 청문회는 사법부 최고 지도자에 대한 법의식 철학 가치관 업무수행 능력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음으로써 첫 대법관 인사청문회의 이같은 의미를 크게 퇴색시켜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특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결국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위원장을 선출했다. 이 와중에 증인과 참고인 선정 시기도 놓쳐 사실상 부실청문회를 예약해놓은 셈이 됐다.

물론 여야가 일부 대법관후보에 대해 단단히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어 이번 청문회가 싱거운 맹탕청문회는 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표적이 되고 있는 후보는 강신욱 서울고검장.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당시 서울지검 형사 1부장으로 지휘한 것이 반민주 전력 시비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자칫 대법원 판결까지 난 유서대필사건의 제4심이 대법관 인사 청문회장에서 벌어질 판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강 고검장이 유종근 전북지사의 서울 관사를 턴 김강룡 사건을 지휘했던 부분에 대해 벼르고 있다. 이밖에도 여야는 다른 후보들이 관여한 정치적 사건의 판결과 관련해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 시각에서 공정하게 치러져야 할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정략에 의해 오염되는 것 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청문회가 끝나면 8일 심사경과 보고서 작성과정을 거쳐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처리된다.


의사·약사 만족시킬 해법은 없나?

6, 7일에는 대법관 인사청문회와 별도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다. 16대 국회 들어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인 만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서영훈 대표는 연설문 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민련은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탓에 국회에서 연설을 할 수 없다.

자민련은 적어도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교섭단체 구성 소원을 풀겠다는 의지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따라서 자민련은 단독 교섭단체 구성 시도보다는 차선책으로 민국당 2석, 한국신당 1석과 힘을 합해 ‘소3당 연합’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번 임시국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약사법 개정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지난달 영수회담을 통해 이번 임시국회중 약사법을 개정한다는 전제로 병의원 폐업 사태를 일단 해결하는 돌파구를 열었다.

그러나 막상 약사법 개정작업은 거대 이익집단인 의사단체와 약사단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해법찾기가 쉽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약사법개정 소위를 구성, 3일 첫 회의를 여는 등 뜨거운 감자에 화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가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0/07/0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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