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인사태풍으로 '술렁 술렁'

법원- 세대교체바람 거세, 검찰- 검사장 승진

법조계가 인사 태풍으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당장 법원은 대법관 인선에 따른 고법부장판사급 이상 고위 법관의 후속 인사를 7월21일로 눈 앞에 두고 있다.

또 검사장급 이상 4자리가 공석이 된 검찰도 7월말 인사설이 나돌고 있다. 헌법재판관 9명중 김용준(고시 9회) 소장 등 5명이 9월14일로 임기가 끝나 조만간 헌재도 절반 이상이 새 인물로 교체될 예정이다.


◆법원

법원은 10일로 임기 만료되는 이돈희 대법관 등 6명의 후임중 법원 몫 4자리에 사시 8∼9회를 임명제청, 세대교체를 이미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초에는 대법관중 막내 기수인 사시 5회(유지담 대법관)에 이어 사시 6회인 권광중 사법연수원장이나 강봉수 서울지법원장 중 1명이 당연히 대법관으로 발탁될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파격이 일어난 것이다. 일선 법관도 인사의 의외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대법관 인사의 파장은 권 사법연수원장을 비롯, 법원의 원로에 해당하는 이동락(사시 2회) 대구고법원장, 송재헌(사시 4회) 서울고법원장, 정용인(사시 4회) 대전고법원장, 권 성(사시 8회) 서울행정법원장 등의 용퇴로 나타났다.

또 양인평(사시 2회) 부산고법원장, 안문태(사시 2회) 특허법원장, 이보헌(고시 15회) 청주지법원장 등의 사의 표명설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21일로 예정된 고법부장급 인사전에 법원장급 이상에 포진하고 있는 고시 15회~사시 6회 10명중 강봉수(사시 6회) 서울지법원장과 조용완(사시 4회) 광주고법원장 등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옷을 벗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법원도 이번 인사를 통해 한층 젊어졌다. 대법관 14명중 고시세대는 최종영(고시 13회) 대법원장과 송진훈(고시 16회) 대법관 두명 뿐이다. 나머지 12명의 기수별 분포도 사시 1회 3명, 사시 2회와 4회 각 1명, 사시5회와 8회 각 2명, 사시 9회 3명으로 수적으로만 보면 사시 8~9회가 주축이 됐다.

일선 법원장급에 포진한 사시 8회도 권 서울행정법원장의 사표제출에 따라 심리적인 용퇴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으나 일단은 상당수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사시 2~6회들이 차지했던 고등법원장급 7자리와 서울지법원장 등에 대부분 올라가고 1, 2명만 지방법원장에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원장과 서울지법원장에는 신명균 가정법원장, 김효종 인천지법원장, 김대환 수원지법원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법원장의 경우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사시 10~11회에서 발탁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사시 8회의 사퇴 폭이 예상외로 커 상당수가 용퇴 대열에 합류한다면 고법부장에 포진하고 있는 사시 6회 6명중에서 선두 1, 2명이 곧바로 고법원장과 서울지법원장에 발탁되는 이변이 벌어질 수 있다. 일선 지법원장은 사시 9~11회들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사시 8회의 사퇴폭에 따라 사시 12회까지 내려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시 8회의 경우 법관 임용 당시 20~30명을 뽑던 전례와 달리 80명을 선발, 인재가 많기로도 유명하지만 인사 적체의 요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최 대법원장이 현직 법관중 사시 9회에서 대법관 2명을 발탁한 것 자체가 사시 8회로 인한 인사적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사 이번 인사에서 세대교체가 미흡하더라도 최 대법원장에게는 또하나의 카드가 준비돼 있다. 10년마다 법관이 재임명을 받도록 규정한 헌법(105조)에 따라 최 대법원장은 내년 4월 고위법관을 재임명할 수 있기 때문.


◆검찰

검찰은 현재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강신욱 서울고검장 자리를 비롯, 대검 형사부장, 대전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검사장급 이상 4자리가 공석인 상태.

따라서 검찰도 가급적 이달 20일을 전후해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하고 8월1일자로 평검사 인사를 한다는 방침이나 변수가 많아 9월 중순까지 미룰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검장 출신이 맡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과 헌법재판관중 검찰 몫인 정경식 재판관의 임기가 9월중 만료되는데다 행자부와 협의중인 재항고부 및 마약수사부 신설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마약수사부장 자리까지 신설될 경우 검사장급 이상에서 모두 7자리의 인사요인이 발생, 8명이 검사장에 무더기 승진한 지난해 6월에 버금가는 대폭 인사가 불가피하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과 헌법재판관에는 이태창(사시 9회) 법무연수원장, 송인준(사시 10회) 대구고검장, 주선회(사시 10회) 광주고검장, 김영철(사시 11회) 대전고검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후임 고검장 3자리에는 임휘윤 서울지검장, 이종찬 부산지검장, 한부환 검찰국장 등 사시 12회 3명의 승진이 확실시된다.

이번 인사는 박순용 검찰총장의 마지막 인사권 행사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서울지검장 등 4대 요직과, 검사장에 누가 발탁될지가 최대 관심사. ‘검찰의 꽃’으로 통하는 서울지검장에는 사시 12회인 김승규 수원지검장이 김각영 공안부장과 치열하게 물밑 경합중인 가운데 사시 13회 김대웅(金大雄) 대검중수부장의 발탁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시 13회가 갈 경우엔 고검장에 승진하지 못한 사시 12회들이 갈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 때문에 김 중수부장은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국장에는 사시 13회인 김학재 대전지검장과 정충수 법무실장, 송광수 대구지검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공안부장의 경우 사시 13회인 김원치 창원지검장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으나 ‘구공안 출신’이라는 약점 때문에 공안색채가 덜한 이범관 법무부기획관리실장, 장윤석 춘천지검장, 김진환 대검기획조정부장 등 사시 14회 중에서 발탁설이 유력하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검사장 승진 대상인 사시 16회의 치열한 각축전. 일단 사시 16회 7명이 승진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나 16회에서 5명, 17회 선두 2명이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검찰 내에서는 김재기 서울지검1차장과 임래현 범죄정보기획관이 검사장 승진 우선 순위로 꼽힌다.

이어 김상희 서울고검형사부장, 김성호 동부지청장, 박태종 남부지청장, 윤종남 북부지청장, 서영제 서부지청장, 안재영 부산동부지청장, 김진관 의정부지청장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대법관 인선에서 지역 안배가 비중있게 고려됐던 점을 감안하면 검사장 승진도 지역안배가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승진대상자중 영남 출신인 김 서울고검형사부장과 김 동부지청장, 또 같은 충남출신인 서 서부지청장과 윤 북부지청장의 물밑 신경전이 볼만하다.

특히 김 서울고검형사부장은 경북고 인맥, 김 동부지청장은 고려대 인맥으로 각각 박 총장과 김정길 장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있어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처럼 각축이 치열하다보니 검찰 안팎에서는 “재경지청장중 검사장 승진 우선순위로 꼽혔던 동부지청장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도 새나오고 있다.


◆헌재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지명 케이스인 김용준 소장과 정경식 재판관, 국회 몫인 신창언·김문희 재판관, 법원 몫인 고중석 재판관 등이 9월14일로 임기가 만료된다.

후임 인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헌재 출신 첫 소장이 나올지의 여부지만 법조계 주변에선 최 대법원장이 강원 출신인 점을 감안, 호남출신 첫 소장이 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지명 몫으로 호남 출신인 천경송(고시 13회) 전대법관과 이달 10일 임기 만료되는 이용훈(고시 15회) 대법관이 헌재소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또 검찰 출신인 정경식 재판관의 후임엔 이태창 법무연수원장과 이명재 부산고검장이 옮겨갈 것이란 얘기가 유력하다.

법원 몫인 고 재판관 후임에는 강봉수 서울지법원장과 김경일(사시 8회) 전주지법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진동 사회부 기자

김영화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04 20:10


이진동 사회부 jayd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