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슴을 가진 '한결같은 내 친구'

황철주 사장을 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그냥 같은 과 친구로 평범한 사이로 지내다가 ‘인하 막내회’란 모임을 만들면서 보통사이를 넘어서게 됐다. 막내 또는 외아들만으로 이뤄진 이 모임은 막내들만이 갖는 성격적 특성 때문인지 23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만남이 계속되고 있다.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황사장은 경상도 사투리가 조금 섞인 구수한 말소리로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그래선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아이디어를 잘 낸다.

예컨데 인하 막내회는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는데 황사장의 제안은 거의 100% 통과됐다. 세상사에서 만장 일치의찬성을 이끌어내기가 힘든 일인데… 그 때부터 사업가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황 사장은 마음이 여려 주변의 불행을 그냥 보지 못한다. 약한 사람, 특히 남들이 꺼려 하는 아픈 사람들을 돕지 못하면 안절부절하는 성격이다. 학창시절 일일 찻집 경영 등으로 모은 돈으로 고아원, 나환자촌 방문과 효도관광을 추진했었다. 모임이 공식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로부터 아무런 보조도 받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대견스러운 일이었다.

또 경상도 산청에 있는 나환자촌 방문시 보여준 그의 봉사정신은 황사장의 아름다운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더욱이 이 모든 제안이 황 사장으로 부터 나온 게 아닌가. 일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기로는 황사장을 으뜸으로 꼽고 싶다.

주성을 설립하기 전해 여름 휴가를 같이 보냈는데 그때 일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런 열정이 오늘의 주성엔지니어링을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그는 성공한 벤처기업가다. 그럼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친구들과 소주 마시는 그를 볼 때면 ‘세월은 흘러도 인간 황철주는 변하지 않았구나’라고 느낀다. 아직도 주성엔지니어링의 잘 나가는 사장님이 아니라 그냥 편안한 친구라고만 생각 될 뿐이다.

< 이효종 ㈜ HC 텔레콤 기술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07/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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