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경찰 그만 두라고 합니다”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경찰 그만 두라고 합니다. ‘수사 뭐하러 하느냐’ ‘쥐꼬리만한 봉급에 내 돈 들여 수사하면 뭘 먹고 사느냐’며 매일 바가집니다.”

22년간 경찰생활 중 대부분을 형사로 보낸 서울경찰청 폭력2반장 송민화 경감(46)은 최근 형사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처우 때문이다. 송반장이 한달 받는 기본급은 120만원.

각종 수당을 합쳐야 200만원이 겨우 넘는다. 급여는 그렇다 치더라도 특히 한달에 24만원에 불과한 수사비를 생각할 때마다 어깨에 힘이 쭉 빠진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지만 수사비는 몇년째 그대로다.

한달 24만원인 수사비로는 전화사용료나 자동차 연료비, 식비 대기도 빠듯하다. 지난달 폭력사건을 해결하면서는 수사비가 모자라 직원들과 변변한 식사 한끼 하지 못했다.

매일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로 때웠지만 그건 차라리 낫다. 잠복근무나 야근 때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았다.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이지만 다그치기도 힘들다.

“규모가 큰 수사나 돼야 상부에서 보조가 나오는데 그래봐야 한달에 모두 40만원 정도입니다. 하루 1만원 꼴인데 식비와 교통비 대기도 빠듯합니다. 지난달 수사 때 아끼고 아껴서 60만원 정도 썼습니다.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 수사가 가능한데 돈 때문에 포기하는 사건도 많습니다.”

그는 지난달 연료비를 절약하기 위해 수사차량을 LP가스용으로 바꿨다. 송반장이 가장 안타까운 것은 요즘 젊은 경찰관이 격무와 빠듯한 수사비 때문에 수사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다.

“예전의 형사들은 사명감이라도 있었지만 젊은 형사들은 달라요. 유능한 형사들이 수사과에 안옵니다. 결국엔 국민 손해죠. 솔직히 5~6년 전까지만 해도 뒷돈이 있어 그걸로 부족한 수사비에 보탰지만 요즘 그게 가능합니까.”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11 21:26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