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물'로 보면 그때 관둬라

■ 절대로 사표쓰지 마라.

(로버트 호차하이 지음/권영진 옮김/미래 M&B펴냄)

‘이놈의 회사, 도저히 못해 먹겠다. 당장 때려치워 버릴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사장이나 상사들 때문에 하루에도 열두 번씩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아야 하는 이 시대의 샐러리맨.

하지만 돈 많은 부모를 둔 부잣집 자식이 아닌 이상 더 나은 곳을 찾을 때까지는 지겹더라도 현재 직장에 붙어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샐러리맨의 비애다. 그냥 바보처럼 참는 것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가.

미국 경영 컨설턴트이자 대학에서 ‘직장 성공 기술’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저자가 이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일터에서 직장을 잃지 않고 오히려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렇다고 ‘절대로 사표 쓰지 말라’는 제목처럼 무조건 회사에 붙어 있으라고 강요하는 책도 아니다. 사표를 쓰더라도 계획과 전략을 꼼꼼히 세워 물질적, 또는 정신적 피해를 받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라는 충고다.

가령 회사가 싫다고 하자. 그럴 땐 사장, 직장 상사는 물론 옆자리의 동료까지, 눈에 띄는 모두가 다 맘에 안든다. 보통 사람들은 대안으로 자기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직장을 열심히 물색한다.

하지만 왜 회사가 싫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사람은 드물다. 얄미운 사장, 기분 나쁜 직장상사가 싫은 이유에 대해선 깊게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욕심 많은 사장이나 뒤통수를 때리는 동료들을 욕하기 전에 당신에게는 문제가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라고 충고한다. “스스로 변화를 창조해 보라. 당신의 상사나 사장이 변할 때까지 그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당신이 먼저 나서서 그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 보라. 나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만약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노력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정말 큰 문제다. 옮길 만한 직장이 바로 생긴다면 걱정도 없겠지만 새 직장을 구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회사가 싫은 데 떠날 수는 없고 그렇다고 계속 다니고 싶은 의욕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책 속의 등장인물 ‘짐’처럼 ‘난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라고 말하며 참는 게 미덕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이렇게 평생을 살 순 없다. “이럴 땐 역으로 공격적인 자세로 전환하라. 당신이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먼저 당신의 가치를 높이고 다른 회사를 갈 수도 있다는 암시를 줘라. 필요하다면 일정한 직장 내 규율을 넘어도 된다. 당신이 호구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저자가 던지는 충고다.

당신이 직장에서 긍정적으로 행동해도 안되고 공격적인 자세로 바꿔봐도 상사나 사장의 태도에 별 변화가 없다면? 힘들겠지만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사표를 써라. 그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당신은 새로운 직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중에 흔하게 유통되고 있는 직장 성공 관련 서적들과 비슷한 내용도 있다. 독자들이 진부하게 느낄 수도 있고 별다른 매력을 찾지 못 할 수도 있으나 무게가 다르다. 특히 풍부한 사례로 현실감을 높였고 누구나 다 아는 원칙만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일만 잘한다고 능사는 아니다’‘미안하지만 난 대우받은 만큼만 일하겠다’ 등 가슴속에 새겨둘 만한 명언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감옥같은 직장을 천국으로 만들어 보라. 이 책이 주는 메시지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11 21:38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