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왕국, 엘도라도의 신비를 벗긴다

뱀이 득실거리는 페루의 동쪽지역은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인 진 사보이와 46명으로 구성된 탐험팀은 안데스 산맥의 구름을 뚫고 들어가 몇세기 동안 거의 손길이 닿지 않은채 보존된 잉카 이전 시대의 도시흔적을 발견했다.

150개의 석제건물과 자갈도로, 사원, 무덤건물 등이 발견된 이곳은 1,300년전 차차포야 전사의 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의 발견은 잉카 이전의 문화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설 속의 왕국 엘도라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고고학자들의 생각이다.

사보이는 유적을 검토한 끝에 이곳이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찾았던 7개 금의 도시 중 하나인 엘도라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엘도라도는 스페인말로 ‘도금’이라는 뜻으로 아침마다 온몸을 도금했다가 저녁에는 씻어낸 전설 속의 왕을 가리킨다. 그의 왕국은 남미 북쪽에 존재한다고 알려졌을 뿐 지금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때문에 많은 학자들은 원주민이 탐험가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신화를 조작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사보이는 이 전설이 사실일 것이라며 9월부터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올 봄 페루의 반대편 아타카마 사막에서는 보스톤대학 라이언 윌리엄스팀이 남미 최초의 제국인 와리 문화 유적을 힘겹게 발굴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쪽에는 행정부서와 행사장 건물을, 다른 한쪽에는 1층짜리 집들을 건립했다.

이 지역은 1,400~1,000년전에 주로 세워졌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와리가 왜 가장 가까운 물에서부터 1시간이나 걸어올라가야 하는 메마른 지역 꼭대기에 주거지를 만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윌리엄스는 최근 발굴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주변에서 발굴된 몇몇 유적을 볼 때 이곳은 와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지역주민이 숭배했던 신성한 땅이었다. 윌리엄스는 와리가 주거불가능한 것 같은 곳에 정착함으로써 신성한 힘을 얻어 지역의 다른 부족보다 자신들의 위치를 높이려 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와리는 이 지역을 400년간 지배했고 그들의 역사는 최근 들어서야 관심을 받고 있다. 잉카는 수세기 후에야 불과 몇년을 지배했을 뿐인데도 인류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윌리엄스는 “미국 대륙의 초기 제국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전과정을 알아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 그 비밀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는 것이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11 22:34


송용회 주간한국부 songy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