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제철에 과일이 보약

예년에 비해 20일 이상 빨리 찾아온 무더위가 벌써부터 사람을 지치게 한다. 무더위와 장마로 대변되는 여름철은 어느 때보다 건강을 상하기 쉬운 계절이다. 찌는 듯한 더위에 자칫 지치기 쉬운데다 찬 음식을 지나치게 찾다보니 장에 무리가 가고 비오듯 흐르는 땀에 몸의 진액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밤중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면서 밤새도록 전전긍긍하며 잠 못이루다 보면 우리 몸의 생활리듬마저 깨져 그야말로 건강에 적신호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더위를 식힌다고 냉방이 잘된 곳에서 찬 음식을 찾는 것은 더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여름에는 열에너지가 모두 겉으로 나오고 음기는 속으로 들어간다. 체내의 음기가 성하면 열에너지인 양기는 쇠약해지니 차지지 않을 수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즉, 더위로 온몸이 화끈거리고 열기로 인해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해도 뱃속은 차갑다는 말이다. 따라서 냉방이 잘된 곳에서 찬 음식을 과식하는 것은 가뜩이나 힘든 몸에 무리를 가하게 되는 셈이다.

흔히 여름철에 많은 사람이 식욕이 저하되고 소화력이 떨어지며 팔다리가 나른하면서 무기력해지고 잦은 설사 등 흔히 ‘여름을 탄다’는 증상을 경험하는데 이는 인체가 무더운 계절에 적응하지 못하는데 기인하는 것이다.

여름철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섭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제철에 나는 과일 중 여름철 건강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을 골라 섭취하는 것도 무더운 여름을 이겨낼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여름철 건강유지에 도움이 되는 과일은 수박을 비롯해 복숭아, 포도, 토마토 등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무더운 여름철 갈증을 풀어주는 수박은 가히 여름철 과일의 왕자라고 할 만하다.

예로부터 수박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갈증을 풀어주며 더위를 가시게 해주는 과일로 알려지고 있는데 특히 신장병과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으며 해열·해독 작용이 뛰어나다.

이같은 효능은 수박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수박에는 아미노산으로 시트루린이라는 특수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이 성분이 단백질이 요소로 변하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을 도와주어 이뇨효과가 크다.

따라서 수박은 신장질환에 아주 좋은 과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수박 속의 당분은 대부분이 과당 또는 포도당이어서 쉽게 흡수되어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으며 해열·해독작용이 있어 여름철 따가운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어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구토증상이 나타날 때 먹으면 효과가 있다.

복숭아는 ‘백 살을 살 수 있는 선약(仙藥)’이랄 정도로 해독작용이 뛰어나며 몸의 저항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실례로 복숭아 잎을 넣고 데운 물에 목욕을 하면 여름철에 기승을 부리는 땀띠의 치료는 물론 예방의 효과가 있으며 담배 속의 니코틴을 해독시키는데도 효과가 있다.

또 복숭아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우리 몸의 저항력 강화에도 도움이 돼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며 무더위를 이겨내는데도 아주 좋은 과일이다.

한편 탐스럽게 익은 포도도 여름철 건강유지에 도움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잘 익은 포도에 함유된 포도당과 과당은 장에 쉽게 흡수되어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장의 활력을 도와주어 소화기능과 장의 기능이 저하되기 쉬운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는데 아주 좋다.

이와 함께 여름철에 흔히 먹는 토마토도 건강한 여름을 나기에 도움이 되는 과일이다. 토마토는 위 속에서 소화를 촉진시키고 위의 부담을 덜어주는 작용을 해 식욕저하와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 여름철에 섭취하면 특히 좋다.

더욱이 토마토 속에 함유된 루틴이라는 성분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을 내려주어 고혈압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철은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어느 누구라도 자칫 건강을 상하기 쉬운 계절이다. 따라서 더위를 이겨내고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먹는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0/07/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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