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미국이란 나라는?

포토맥강과 한강의 차이는? 포토맥강은 미국에 있고, 한강은 한국에 있다. 강도 있는 자리에 따라 받는 대접이 천양지차다.

포토맥강은 웨스트버지니아, 버지니아, 메릴랜드주와 수도 워싱턴 DC를 걸쳐 동부 체사피크만으로 흘러든다. 포토맥 강변에는 팬터곤(미 국방부 청사)이 오각형의 웅좌를 자랑하며 서있다. 지금까지 팬터곤이 포토맥강에 맹독성 물질을 버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미군에게 있어 한강은 포토맥강과는 달랐다. 주한미군은 지난 2월 서울 용산기지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무단방류했다. 미군은 3개월이 지난 5월께 이 사실을 알고도 쉬쉬하다 녹색연합이 7월13일 미 군무원의 증언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하자 이튿날 사실을 시인했다.

미군측은 그러나 방류량이 당초 증언의 3분1에 불과하고 영내 하수처리장에서 1, 2차 처리과정을 거쳐 방류돼 환경에는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항상 자유, 인권, 민주, 환경 등의 원칙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나라 아니던가. 그같은 미국이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한국이 우습게 비쳐도 보통 우습게 비친게 아닌 것 같다.

넓게는 주한미군의 존재 필요성, 좁게는 주둔국 지위협정(SOFA) 개정문제를 놓고 국내에서도 논란이 한창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도 이젠 국제사회에서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여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무엇이든 조건을 따져서 수용하고, 또 조건을 관철하는 것이 순리고 권리다.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면 정말 바보가 된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18 18:48


배연해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