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후진국형 '참사', 또…

안전불감증이 되살아났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94년 성수대교 붕괴,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99년 씨랜드 참사 등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던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즐거워야 할 수학여행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았다.

2000년 7월 14일 오후 2시 40분께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구간. 부산 부일외국어고등학교 학생 200여 명을 태운 수학여행버스 4대가 앞서가던 승용차와 충돌, 그 중 3대가 전소되고 1대가 15m 아래 언덕으로 굴렀다. 사망자 18명, 부상자 100여명.

경기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로 유치원생 23명이 숨진지 일년만에 또다시 피다만 꽃들이 스러져갔다.

충격적인 것은 이번 사건 역시 씨랜드화재 사건과 마찬가지로 어른들의 안전무감각 때문에 큰 인명피해가 났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번 수학여행단 참사를 빗길에서의 무리한 과속운전과 안전거리 미확보, 주의 태만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속도로 운행의 안전수칙을 조금이라도 지켰으면 추돌사고는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수십명이 사망하는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

경찰은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원인이 된 차량화재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차량에 불이 붙는 것은 흔치 않은 현상이어서 차량정비를 포함한 안전의무를 태만히 했는지 여부도 조사중이다.

씨랜드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이런 위험한 나라에서는 자식을 키울 수 없다’며 조국을 등졌다. 그런데도 또 아들과 딸의 영정을 부여안고 눈물을 쏟는 아버지 어머니들을 우리는 찢어지는 가슴으로 지켜보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인가? 우리에게 안전구호는 ‘쇠귀에 경읽기’로 끝나고 마는가. 1년전 씨랜드 참사로 조국을 떠난 어머니가 수학여행단 참사소식을 듣고 “휴! 다행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만 같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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