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대삼관 조지훈의 '3년 전쟁'

본인방은 고바야시가 그토록 가져보고 싶었던 타이틀이다. 일본랭킹 3위 기전이어서 1990년 당시 고바야시로서는 가져도 그만 안 가져도 그만일 정도로 이미 일본 1인자로서의 위치는 확고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위의 시각. 일본의 1,000만 바둑팬은 반드시 고바야시가 본인방을 빼앗아 주기를 학수고대했다. 바로 주인공이 조치훈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본인방을 따내면 ‘메이드 인 저팬’으로서는 ‘대삼관’(大三冠)의 영예를 차지하기 때문이었다.

대삼관이란 무엇인가. 전성시절이던 1980년대 한국의 조훈현이 국내 전타이틀을 석권하자 붙여진 이름이 ‘전관왕’이다. 5관왕, 6관왕 하다가 어느새 전 타이틀을 따내자 바둑저널은 전관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대삼관도 그와 흡사하다고 하겠다.

일본은 기성을 최고로 치고, 명인을 2위, 그리고 본인방을 3위에 랭크시킨다. 4위는 십단, 5위는 천원, 6위는 왕좌 그리고 7위는 기성(일본어 발음으로는 ‘고세이’로 최고타이들인 ‘기세이’와는 구별된다)이다.

일본은 이 7개 타이틀을 소위 메이저 타이틀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기성, 명인, 본인방을 3대 타이틀로 꼽고 있으며 동시에 3대 타이틀을 보유하게 되면 대삼관이라는 별칭을 붙여준다.

그 별칭의 첫 수혜자는 물론 한국의 뜨거운 피 조치훈이었다. 1983년 조치훈은 하나도 구경하기 힘든 3대 타이틀을, 그것도 동시에 보유하여 전무후무한 대삼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따라서 고바야시도 1인자의 칭호에 만족하지 않고 마지막 남은 빅크라운 본인방을 따고싶은 열망은 짓누를 수가 없었다. 1980년 조치훈은 명인을 쟁취했고 이듬해 본인방을 땄다.

그리고 2년 뒤인 1983년 ‘괴물’후지사와를 꺾고 사상초유의 대삼관에 올랐다. 그로부터 세월은 6~7년이 흘렀고 고바야시는 일본인의 염원대로 조치훈을 2인자로 밀쳐내고 당당히 일본 1인자에 올랐다.

사실 층이 두터운 일본 바둑계에선 한 타이틀의 도전자가 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든 일이다.

특히 80년대를 거치면서 조치훈 고바야시 후지사와 린하이펑 오다케 다케미야 이시다 가토 등 기라성 같은 멤버들이 즐비한 상태에서 도전권을 따낸다는 것 자체는 세계 1인자가 되는 것과 비등할 정도로 난해한 코스였다.

고바야시는 그 험난한 코스의 도전권을 무려 3년이나 연속으로 차지해 본인방 타이틀을 갖고 있던 조치훈에게 도전한다. 본인방은 당시 조치훈의 하나 남은 자존심이자 살아가는 이유였다.

그러나 기적은 무려 세 번씩이나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고바야시의 대야망은 하릴없는 포말로 부서지며 고바야시 인생에 천추의 한을 남기며 끝난다. 조치훈은 고바야시에게 1990년 본인방 방어전에서 1승3패 후에 내리 3연승을 거두었고 이듬해 다시 찾아온 무대에서 2패 후 4연승.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온 92년 본인방전에서 대하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처럼 3패 후 4연승으로 끝이 난다. 이건 만화라고 해도 되고 소설이라고 해도 된다. 만화같은 스토리에 영화같은 감동을 준 바둑사에 영원히 남을 대서사시가 바로 조치훈과 고바야시간의 ‘3년전쟁’이다.

1983년 조치훈이 3대 타이틀을 획득한 건 차라리 시련의 시작인지 모른다. 당시 조치훈의 나이 27세. 혈기방장하여 아직은 잃을 것보다는 따낼 것을 생각할 싱싱한 나이였다. 그런 나이에 무림의 고수들을 상대로 매번 숨가쁜 승부를 벌여야 하는 건 슬픈 일이었다. 이미 이룰 것을 다 이룬 마당이라 자신과의 승부만 남은 상태이기에 그의 시련은 안팎에서 찾아오기 마련이었다.

역시 창업보다는 수성이 어려운 법이었다. 조치훈의 슬럼프는 의외로 쉽게 찾아오는데 언제나 생길 수 있는 정상에의 고달픔에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사건이 조치훈에게 들이닥친다. 불의의 교통사고였다. 1986년의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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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07/1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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