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춘천 오봉산

'소양선경'에 무더위도 취해…

여름 산행. 덥고 숨이 막힌다. 쏟아지는 땀방울에 눈을 뜨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여름 등산처럼 뜨거움으로 더위를 이기는 방법도 별로 없다. 산행을 마친 뒤 계곡 물에 발 씻으면 마음까지 서늘해진다.

서울에서 하루 일정으로 이열치열의 법열을 느낄 수 있는 산은 어디일까. 등산로도 적당히 험해 땀을 쏙 뺏으면 더욱 좋겠다. 춘천의 오봉산이 그런 조건을 잘 갖춘 산으로 꼽힌다.

기암과 노송이 어우러진 선경, 청평계곡의 맑은 물줄기…. 정상의 바람을 맞으며 눈 아래 펼쳐지는 소양호의 바다 같은 물을 바라보는 맛도 일품이다. 경춘선 열차의 덜컹거림, 북한강변의 막국수집에서 닭갈비를 안주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는 기분…. 춘천가는 길에서 얻을 수 있는 보너스다.

오봉산은 다섯 개의 봉우리가 둘러쳐져 있는 곳. 예전에는 경운산 또는 청평산으로 불렸다. 정상 남쪽 산자락에는 고려 광종 24년(973년)에 창건한 청평사가 자리잡고 있다.

청평사에는 극락전 등 많은 문화재가 있었는데 6ㆍ25때 모두 소실되고 지금은 보물 제146호인 회전문만 남아있다. 회전문은 ‘돌아가는 문’이 아니다. 윤회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한 청년이 공주를 사모했다. 상사병에 걸려 결국 목숨을 잃은 청년은 뱀으로 다시 태어났다. 뱀은 공주의 몸을 휘감고 놓아주지 않았다. 한 노승이 청평사 입구에 있는 구성폭포에서 목욕을 하라 일러주고 공주는 스님의 말을 듣고 뱀을 물리칠 수 있었다.

회전문은 죽은 청년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 청평사 바로 아래에는 공주가 목욕을 했다는 구성폭포가 있다. 10여m 남짓의 높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힘있다.

춘천에서 양구로 이어지는 46번 국도 고갯마루인 배후령에서 시작해 헬기장-동북능선-정상을 오른 뒤 남쪽능선-홈통바위-갈림길-688봉-바위능선-청평사를 거쳐 청평사 선착장에 내려서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산행시간은 3시간20분.

배후령에서 올려다본 산은 깎아지른 기세. 갈길이 아득해 보인다. 30분쯤 숨이 턱에 닿도록 오르면 1봉이다. 아침에는 물안개가 이곳까지 올라 주위를 가늠하기 어렵다. 정상인 오봉까지는 오르락내리락 하는 능선길. 1시간 정도의 능선길도 만만치 않다.

오봉산의 참맛은 하산길에 있다. 정상에서 선착장에 이르는 내내 소양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움에는 댓가가 필요한 법. 산세가 험하다. 쇠줄에 겨우 매달려 내려가야할 정도.

그래도 군데군데 전망대 바위가 있어 산 아래 물길을 볼 때면 가슴이 트이곤 한다.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1시간여를 내려오면 청평사. 고생은 모두 끝났다. 청평사에서 선착장까지 20여분 거리는 차가 다니는 대로다. 길가에 목을 축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성북역에서 오전 6시부터 춘천 가는 통일호가 있다. (02-392-7788). 직행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오전 6시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배후령은 춘천 시외버스 종합주차장(033-241-0285)에서 오음리나 양구 방면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간다. 북한강변에는 중도유원지, 위도유원지, 팔각정유원지 등이 있고 경춘가도에는 강촌유원지와 삼악산, 검봉, 봉화산과 등선폭포, 구곡폭포 등 볼거리가 많다. 문의 춘천시청 문화관광과 (033)255-0088

권오현 생활과학부 차장

입력시간 2000/07/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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