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산책] 안방에서 보는 여름… 태양· 바람· 파도

여름이 아니면 즐기기 어려운 스포츠, 여름이기에 더욱 돋보이는 스포츠 영화들. 물과 태양과 바람을 즐기는 여름 스포츠 영화를 보며 내년 여름에는 나도 이들 영화의 주인공처럼 멋진 몸매로 뭇시선을 사로잡아 보겠다며 당장 운동을 결심한다면 금상첨화겠다.


여름 해양스포츠의 백미 ‘파도타기’

여름 해양 스포츠의 백미인 파도타기. 파도가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즐기기 어려운 스포츠이지만 눈의 호사까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먼저 브루스 브라운의 1997년 작 <파도 속으로:The Endless Summer 2>를 보며 서핑의 기초를 배우는 것이 순서겠다.

1964년경 서핑을 즐기는 나라는 4개국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는 해안선이 있는 나라나 섬에서는 모두 서핑을 즐긴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5살 어린이에서부터 75살 노인까지, 그리고 여성은 물론 아프리카 줄루족이나 개들도 서핑을 즐긴다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하고 있다.

20~30년대엔 45kg이나 나가는 삼나무로 만든 판자를 탔지만 화이버 글래스, 폴리우텔란 등으로 보드의 재질이 가볍고 튼튼해졌다.

길이 2m, 폭이 50cm인 작은 보드로 즐기는 서핑의 기초 지식을 마스터하면 세계 각국 파도의 특색, 인공 환경으로 인한 파도의 불규칙, 그에 따른 위험도 알려준다. 6m가 넘는 파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다이빙에다가 공중 제비돌기까지 하는가 하면 파이프 라인이라 부르는 파도를 타는 장면은 끝도 없이 넘실거리는 레이스 커튼 속을 헤치고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다.


젊은 서퍼들의 도전정신과 고뇌

잘만 킹 감독의 1998년 작 <서프 라이더:In God's Hands>는 파도를 쫓아 세계의 바닷가를 누비는 젊은 서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도전 정신, 고민, 좌절, 희망에다가 이국적인 풍물, 원주민 처녀와의 짧지만 정열적인 사랑까지 곁들인다. 제트 스키와 같은 현대적 장비를 이용하면 15m의 높이, 시속 65km의 파도까지 타는 일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을 이용한 스포츠에 이같은 기계음이 등장하게 된 것을 반겨야 하는지. 아무런 장비 없이 바다에 빠져 심연으로 갈아앉을 때의 공포를 토로하며, 따라서 서퍼들은 파도를 탈 때마다 ‘신의 손’에 자신을 맡겨야 한다고 설파한다.

서핑은 젊은이의 우정, 인생, 사랑을 시험하기도 한다. 칼 프레체쳐의 1995년 작 <블루 쥬스:Blue Juice>의 주인공들은 서핑을 마지막으로 즐길 수 있는 연령인 30대에 와있다. 직장과 가정의 안정을 위해 계속 머물러야 하는가, 다시는 해보기 어려운 서핑을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로 뛰어들어야 할까.

“파도가 덮치는 꿈을 꾸고 가슴이 두근거리곤 한다면 그것은 서른이 되었다는 거야”라는 대사 등, <블루 쥬스>는 서핑과 나이를 자주 연결시킨다. ‘두려움 없는 단한번의 인생(One life without fear)’은 서른을 넘기면 영영 불가능한 것이기에 그들은 블루 쥬스, 즉 황홀한 파도를 기다린다.


아메리카 컵 요트대회 배경 실화극

파도와 직접 대면하는 것이 두렵다면 요트로 종목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 캐롤 발라드 감독의 1992년 작 <바람과 야망:Wind>은 로드 아일랜드의 뉴포트항에서 아메리카 컵을 놓고 겨루는 세계적인 요트 대회를 배경으로 한 실화극이다. 윌 파커와 그의 연인 케이트 베스가 평생 소원인 우승을 위해 하던 공부와 일을 중단하고 전력투구했던 사연을 그리고 있다.

경쟁하는 배를 피해 신선한 내 배만의 바람을 맞아들여야 승리할 수 있다는 요트 경주 요령 등 스포츠와 인생을 비유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돛에 바람을 가득 안고 망망대해를 달리는 배, 바람과 파도와 싸우는 젊은이들의 일사분란한 움직임, 이글거리던 태양도 잠시 구름 속에 숨는다.

세계적인 사진 작가가 즐겨 찍을만한 멋진 달력 사진이 절로 떠오르는 레이스의 장관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예 바다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젊은이도 있다. 뤽 베송 감독의 1988년 작 <그랑 부르:Le Grand Bleu>는 무산소 잠수를 고집하는 두 청년의 바다에 대한 집착과 경쟁심과 우정, 그리고 죽음과 초월을 그린 아름다운 영화다.

지상에서의 삶이나 사랑보다 바다 속 유영이 더 행복했던 두 사람. 이들이 120m까지 내려갔다 오는데 4분50초가 걸린다.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의 신체구조에 대해 극중의 의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잠수 중 쟈크의 심장 박동 기록은 극히 정상인데 피는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뇌로만 간다. 즉 돌고래와 같은 바다 포유류와 비슷한 상태가 되어 잠수에는 최적의 신체 조건을 가졌다.”


생존싸움으로 바뀐 래프팅

바다보다 산과 강이 좋다는 이들은 래프팅이 좋겠다. 최근 영월 동강에 래프팅 인구가 너무 많이 몰려 환경 파괴가 심하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존 부어맨 감독의 1972년 작 <서바이벌 게임:Deliverance>은 동강에 대한 논란과 문제점을 예견한 영화 같다.

애틀랜타에 살고 있는 네명의 중산층 샐러리맨이 주말 휴가를 이용하여 애팔래치아 산맥을 흘러내리는 강을 래프팅하기로 한다.

이 강은 댐 건설로 곧 사라질 오지의 강. 자연을 즐기고 심신을 단련하기위해 시작한 래프팅은 우발적 사고로 인해 생존 싸움으로 바뀌면서, 인간에게 잠재된 원시적 야만성과 양심에 대한 문제까지 파고든다.

또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한 태도를 이야기하면서 환경 보존과 개발이라는 문제도 생각할 기회를 준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0/07/26 19:1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