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마법에 걸려 환상의 나라로 가자"

■ 오즈의 마법사

국내에선 ‘아직 제대로 된 어린이 공연 작품은 없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소위 돈되는 성인용 연극이나 뮤지컬, 콘서트 같은 것은 하루에도 몇개씩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10년뒤, 20년뒤 한국 공연 문화계를 이끌어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은 손꼽을 정도다. 그나마 몇편 안되는 작품들도 단발 흥행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질적 수준은 부끄러울 정도다.

이런 점에서 호암아트홀에서 8월4일부터 9월3일까지 한달간 공연되는 ‘오즈의 마법사’는 오랜만에 만나는 수준 높은 어린이 뮤지컬이다. 호암아트홀이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만든 이 작품은 대형 성인 뮤지컬에 버금가는 제작비와 그간의 제작 노하우를 투입한 본격적인 가족 뮤지컬 작품이다.

우선 일본 도쿄의 ‘타이니 알리스’에서 연출 수업을 받은 김시우씨가 연출하고, ‘아가씨와 건달들’‘넌센스’로 명성을 날린 정은정씨가 음악감독을 맡는 등 스태프진이 견고하다. 또 배우들도 도로시역에 ‘코러스라인’과 ‘하드락 카페’에서 열연한 임선애를 비롯해 허수아비에 탤런트 홍석천, 마녀역에 김민정, 천사역에 이연경 등 연기파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어린이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일본의 우수 스태프진들을 대거 기용하는 파격을 택했다.

작곡과 편곡은 뮤지컬 극단의 이시다 사치코, 무대 미술은 올해 요미우리 무대미술상 수상자인 카토우 치카, 안무는 현 중국 경극배우와 함께 서커스 뮤지컬을 안무하는 사사키 준코, 조명은 김연자와 NHK콘서트에서 활동하는 야마카미 에스오가 맡는다.

이 작품은 각종 타악기 및 어린이 장난감을 전문 악사들이 즉석 라이브 반주하고, 등장 인물 캐릭터에게 특수 의상을 입혀 생동감 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브로드웨이식이 아닌 우리 정서에 맞는 컨셉을 채택,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본래 ‘오즈의 마법사’는 1900년 미국 뉴욕에서 프랭크 바움의 글과 W.W 데슬로우 삽화로 만들어진 동화다. 1939년 빅터 플레밍 감독과 주디 갈란드, 프랭크 모건 주연으로 영화가 제작돼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1990년 가수 이선희가 도로시역을 맡아 공연된 바 있다.

여름 방학을 맡아 가족과 함께 한번쯤 마법과 모험 우정 사랑 질투 용기가 어우러진 환상의 나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고난을 딛고 돌아온 스타 콘서트 2제


ㆍRiaa Concert-섭씨 32도

까까머리 선머슴아 리아가 한동안의 어려운 시기를 딛고 일어나 성숙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선다. 이번 재기 콘서트는 4.5집 발표와 함께 다시 한번 국내 록발라드의 선두에 서겠다는 리아의 집념이 담긴 무대. 무대 배경은 바다가 있는 마을의 흰색 궁전 앞. 1부에서는 감미로운 퓨전재즈가 펼쳐지고, 2부에서는 섭씨 32도라는 부제에 걸맞게 리아 특유의 폭발적인 록의 향연이 열린다.

8월 4일 8시, 5일 5시·8시, 6일 6시/연강홀

ㆍ돌아온 가요계 악동 DJ D.O.C

소속 음반사와의 불화로 3년이라는 공백을 가졌다 돌아온 가요계 반항아 DJ D.O.C의 컴백 무대. 특히 이번에 발표한 5집 ‘Life D.O.C Blues’는 그들이 겪었던 부조리한 것들에 대한 그들만의 심경을 천부적인 아이디어와 음악적 센스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음반을 위해 작곡 녹음 믹싱에만 1년 이상을 투자했다. 이번 공연에선 그간의 히트곡을 30명의 세션과 코러스 댄싱팀과 함께 선보인다.

8월5일~6일 오후 6시/정동이벤트홀

[영화]


ㆍ춤추는 대수사선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일본 블록버스터. 1998년 10월31일 개봉해 14개월이라는 장기 상영 기록을 세우며 ‘러브레터’(100만명)와 ‘쉘위 댄스’(220만명)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700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뜨린 영화다.

본래 TV 미니시리즈로 인기를 끌어던 형사 수사물을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것. 동경대 법학부 출신으로 일정 기간 연수를 마치면 간부인 경감에 오를 수 있는 ‘캐리어조(組)’라는 일본 경찰조직내 승진제도를 꼬집는 것이 주 내용. 모토히로 카츠유키 감독, 오다 유지와 후카츠 에리 주연.

7월22일 개봉/서울 중앙 시네코아 등

ㆍ불가사리

최초로 소개되는 극장 상영용 북한영화. 북한이 1985년 전세계 배급을 목적으로 제작한 ‘킹콩’류의 괴수 영화. 고려말 민중이 도탄에 빠져 있을 때 한 대장장이가 밥풀을 이겨 만든 불가사리가 피를 먹고 쇠를 삼키는 불가사리로 변해 민중을 위해 싸운다는 내용. 일본 도호 영화사의 특수촬영부를 초청하고 1만3,0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으나 작품 완성도는 심형래의 ‘티라노의 눈’정도의 수준이다. 정건조 장선희 주연.

7월22일 개봉/서울MMC, 인천 애관

[뮤지컬]


ㆍ2000 아가씨와 건달들

1983년 초연 이래 국내에서만 300만명이라는 관객을 공원한 인기 레퍼토리. 이번에는 문석봉 연출, 안애순 안무 등 명망 있는 스태프진과 윤다훈 김선아 안문숙 오정해 최낙희 이의일 최종원 박상면 홍석천과 같은 호화 캐스트 진용으로 구성, 새천년의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인다. 18년간 공연의 장단점을 보완한 만큼 더욱 짜임새 있고 흥미로운 자리가 될 듯.

8월2일~6일 오후 4시·7시30분/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음악회]


ㆍ테너 김진수 독창회

정통 벨칸토 창법을 구사하는 테너 김진수 국제오페라단장이 꾸미는 무대. ‘산타루치아’‘금지된 노래’‘오, 나의 태양’‘돌아오라 소렌토로’등 전세계에서 애창되고 우리에게 친숙한 이탈리아 나폴리 민요를 중심으로 꾸민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협회 전속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주현이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이탈리아 칸초네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듯.(02)588-7868

7월29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미술·전시]


ㆍKim Hyung seok

우주 미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연구하고 이를 예술 작품으로 구현해온 김형석의 작품 전시회. 김씨는 국내에서 처음 미술 분야에 과학 이론과 사상을 접목, 물질에 회화성을 도입하고 레이저 광선을 사용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앞으로 인류는 우주 개발에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며 그 다음은 인간의 뇌세포로 지구보다 더 큰 항성을 만들게 되는데 그 때 우주 미학이 전개될 것이라고 김씨는 주장한다. 이번에는 금속으로 만든 로봇을 비롯해 회화 작품 등 그의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엿볼 수 있다.

8월2일~15일/한국일보 백상기념관

ㆍ불-임(Im-pregnancy)

인류에게 유토피아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었던 과학기술이 자연적 생명체에 가장 치명적인 징후인 ‘불-임’을 가져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은 전시회. 지금까진 과학기술이 자연을 지배했지만 이제는 ‘자연으로서의 인간’이 과학기술을 조절해야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조광현 정보영 김두진 홍수연 허구영 최우람 장태식 금중기 양만기 올리버그림 등 10명의 작가가 참가했다.

7월21일~8월2일/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어린이]


ㆍ베짱이의 모험

한국과 호주의 어린이 연극 전문인 REM 극단이 함께 꾸미는 무대. 마법사와 함께 성에서 살고 있는 소년 에릭이 바깥 세상을 보기 위해 작은 벌레로 변신, 성 밖에서 벌 거미 개구리 황소 등과 만나며 자신을 발견한다는 내용.

동물 분장을 하고 직접 무대에서 연주하는 커비 하우스 밴드의 신나는 음악과 율동, 한국말로 말하는 호주 배우의 우스꽝스러운 연기 등 신나고 재미있는 상상력이 가득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8월9일~20일 오후 2시·5시/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문화행사]


ㆍ강진 청자문화제

통일신라 말기인 9세기부터 만들진 고려청자 발상지인 강진군에서 벌어지는 문화축제. 국가지정 10대 집중 육성 문화 관광축제로 올해부터 휴가철에 개최해 인근 지리산과 해수욕장 등 휴양지와 연계한 행사로 확대 개편했다.

강진청자 명품전, 청자빚기체험장 운영, 청자제작과정 시연, 청자학술세미나, 청자 공개 경매외에 청소년 어울마당, 품바공연, 하신베틀놀이, 영동 별신굿, 분재전시회, 남도민요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함께 벌어진다.(061)430-3223

8월5일~13일/강진군 청자도요지 일대

백남준의 세계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마련된다.

삼성문화재단은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과 공동으로 현대 미술사에 길이 남을 백남준의 예술적 업적과 새천년 신작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규모 특별 기획전을 오는 10월29일까지 삼성미술관과 로댕갤러리에서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새천년 신작인 레이저 아트 프로젝트를 포함해 백남준 작품의 각종 비디오 아트 100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회는 올해 2월11일부터 4월26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전시돼 25만8,187명이라는 개관 이래 최대 관람 인파를 모아 화제가 됐던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는 ‘조정된 피아노’(1958~1963년) 등 그동안 실물 감상의 기회가 없었던 초기 플럭서스(전통을 파기하고 예술과 삶의 접목을 시도한 급진적 미술운동) 시대의 귀한 자료를 전시한다.

또 백남준 자신도 손꼽는 걸작인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짜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며’도 처음 공개된다.

이밖에 테크놀로지와 자연이 결합한 ‘TV 정원’‘촛불 프로젝션’과 일반인들이 작품 창조에 동참할 수 있는 ‘참여 TV’‘임의적 접근’등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02)750-7838

7월21일~10월29일/호암갤러리, 로댕갤러리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7/26 19:34


송영웅 주간한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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