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트랜스의 고백, "여자의 행복을 느끼며 살고파요"

예명 아로(25).

백설 같이 뽀얀 피부, 촉촉한 눈망울, 갸냘픈 입술, 도톰한 가슴선에 훤칠한 몸매…. 누가 봐도 절세미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수려한 용모다. 이런 칭찬에 본인 자신도 수줍은 듯 미소를 짓는다.

그가 자신의 성(性)에 혼돈을 일으키기 시작한 때는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2남1녀의 막내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밖에서 뛰놀기 보다는 누나와의 소꿉놀이가 더 재미 있었고 동내 친구보다는 옆집에 사는 오빠가 더 좋았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그는 더이상 자신이 남자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존재가 가족에게 부담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고독하고 두려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아직도 가족들이 완전히 저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것이 한편 서운합니다. 하지만 저는 평생을 ‘아로’로 살아갈 것입니다. 제가 본명을 밝히지 못하는 것도 사실은 저 때문에 고통 받는 가족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5년전 20세가 되던 해 그는 지방의 한 병원에서 2,000만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 지금도 1~2개월에 한번씩 여성 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낱알로 된 호르몬 약을 복용한다. 171㎝의 키에 34-24-35의 완벽한 몸매를 유지하려고 운동과 다이어트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호적이다. 그는 법적으로는 아직 대한민국 남자다. 군대는 정신과 진단을 받고 그냥 나왔지만 예비군 훈련 통지서는 일년에 몇차례씩 날아온다. “3차례나 법원에 성전환 신고를 냈는 데 모두 기각됐습니다. 우리도 떳떳하게 자기 성으로 살 권리가 있는데 그것을 법으로 막는 것은 부당합니다.”

아로는 게이쇼 무대에 서기전까지는 룸싸롱 접대부 일을 해왔다. “일반인이 게이나 트랜스하면 우선 백안시하기 때문에 우리가 갈 곳이라곤 유흥업소 외엔 다른 대안이 전혀 없어요. 몇년동안 룸싸롱에서 남자들을 상대했지만 트랜스인 것을 알아보는 남자는 단 한명도 없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그에 최근 아픈 기억이 있다. “올초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졌습니다. 31세의 유부남으로 서로 깊은 관계를 맺어왔는데 더이상 그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제가 떠났습니다. 그 사람이 행복하기 바랄뿐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트랜스의 소망한 단하나 뿐입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여자로서 평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요. 물론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요”라고 그는 말을 맺었다.

입력시간 2000/08/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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