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미스테리] 반 고흐의 '가세트박사의 초상' 행방 묘연

반 고흐의 ‘가세트박사 초상’이 세계의 이목을 끄는 데는 단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1990년 5월의 어느날 밤.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 네델란드의 부유층 외과의사 폴-페르디난드 가세트의 그림이 나타났다.

100만 달러에서 출발한 호가는 순식간에 200만 달러로 치솟았고 탄성과 갈채속에 “4,800만”, “4,900만”, “5,000만”을 외치는 목소리가 계속됐다.

결국 일본의 사업가 료에이 사이토씨가 8,250만 달러(작품값 7,500만 달러에 중개료 10%를 합친 가격)에 주인이 되었다. 반 고흐의 ‘아이리스’가 세웠던 최고가 기록을 3,000만 달러나 뛰어넘은 것이었다. 작품은 극비리에 이송돼 도쿄의 어느 곳에 옮겨졌다. 사이토씨는 이 작품을 비밀창고에 넣어 7년간 보관했다.

그러나 사이토씨는 1993년 ‘빈센트’라는 이름의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 3년형이 선고됐다. 그는 “죽으면 무덤에 고흐의 작품을 함께 넣겠다”고 말했다가 예술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나중에 농담이었다고 말하긴 했지만 실제로 그가 1996년 사망한 뒤 초상화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사이토 회사의 관계자들은 “작품이 어딘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세계 예술계는 초상화를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초상화가 현재 일본을 떠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도데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뉴욕의 예술품 중개인 리처드 페이전은 미국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라면 수송인이든 세관 관계자든 누군가 본 사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상화의 행방에 대한 책을 쓴 신디아 살츠만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지만 추적해보면 모두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박물관의 책임자 스라라 반 호이텐은 “이 초상화는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일 뿐만 아니라 한 예술가가 그린 가장 뛰어난 초상화”라며 “고흐는 새로운 형태의 초상화, 다시 말해 초상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보기에 영원불멸할 것같은 느낌을 주는 초상화를 그리려고 노력했고 이같은 노력의 결과가 바로 가세트였다”고 말했다.

‘가세트의 초상’이 사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흐의 배다른 누이가 1897년 300프랑(약 58달러)에 이 그림을 판 뒤 여러차례 주인이 바뀐 끝에 191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스태티쉬 갤러리에서 발견됐다.

1933년까지 이곳에 있던 작품은 히틀러가 등장하자 창고에 처박혔다가 1937년 나찌의 손에 들어갔다. 1년 뒤 역사상 최고의 예술품 약탈자인 나치정권의 괴링은 다른 장식품을 사기 위해 이 작품을 5만3,000 달러에 팔아치웠다.

또다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이 작품은 나치를 피해 뉴욕으로 망명한 크라마스키 가족의 손에 들어갔다가 1990년 경매에 내놓았다.

보스톤의 예술박물관 유럽예술품 담당자 조지 세클포드도 고흐 전시회를 위해 작품을 찾아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세클포드는 “일반인의 관심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떤 박물관이든 꼭 찾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03 11:3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