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미 대선과 후보 이름

어떤 정치적 점성술도, 성명학(姓名學)도, 관상학도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의지를 막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11월로 예정된 2000년 대통령 선거를 향해 호사가들이 점치는 정치적 예언이나 여론 조사를 무시한 채 스스로의 전략에 따라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로저 시몬은 올해 51세의 신디게이트 칼럼니스트다. 시카고 트리뷴과 발티모어 선에 그의 칼럼이 실리고 있다. 논평으로 적어도 10여차례나 상을 탄 논객이다.

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당선 때는 ‘로드쇼’라는 책을 냈고 96년 재선 때는 ‘쇼우타임-미국 정치 서커스와 백악관으로의 경주’라는 책을 통해 20세기 마지막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여러 모습을 그려냈다.

시몬이 21세기 들어 첫 대선을 앞두고 7월13일자 칼럼에서 이상한(?) 글을 올렸다. “이번 대선 승리자는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유명한 정치인에게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 점성술자가 따르듯 시몬에게도 성명 철학자(?)가 있었다.

텍사스주 앨림톤에서 광고업에 종사하는 코리 루직카가 바로 주인공. 그는 여론조사나 투표율에 상관없이 대선 후보자들의 이름 만으로 당선여부를 예측해냈다. 시몬에 의하면 여지껏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클린턴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맞붙었을 때 루직카는 클린턴의 당선을 장담했다. “왜냐하면 클린턴의 마지막 글자는 N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부통령 후보인 고어의 마지막 자가 E여서 재임중 고난이 있을 것이다.”고 그는 예견했다. 클린턴은 재선에 성공했으나 탄핵의 위기에 오르는 고난을 당했다.

루직카에 의하면 미국의 51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이름이 N자로 끝나는 사람이 무려 22명이나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N자로 끝나는 후보는 모두 33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승만, 윤보선, 전두환등 이런 면에서 N자인 ‘ㄴ’자가 대통령직의 주력인 셈이다.

시몬은 그에게 이번 선거에 대해 물었다. “고어가 승산이 높다. E자 후보는 8명이 낙선하고 4명이 당선됐다(MonroE, CoolidgE, FillimorE, PiercE).

H자로 끝나는 대통령 후보는 단 1명이 당선되고 두명이 낙선했다. 유일한 당선자가 바로 공화당 후보 부시의 아버지인 부시 전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고어후보는 당선률이 50%이나 부시 후보는 33%라는 것이다.

시몬은 루직카에게 두 후보가 택할 부통령 후보 이름의 마지막 글자와의 관계를 물었다. “고어는 S자로 끝나는 후보를 택하는게 좋다. 먼로 전 대통령은 다니엘 TompKiNS를 쿨리지는 DaweS를 택했다. 부시는 아버지가 댄 궤일(Quagle)을 택했지만 N로 끝나는 인물이 좋다. 맥케인 상원의원이 제일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 후보는 체니 전 국방장관을 택했다. 이 엉뚱한 성명 철학자(?)에 의하면 고어 후보건 부시 후보건 끝자가 Y자나 L자 부통령은 4년안에 큰 재난이 오기에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브래들리 전 뉴저지 주지사, 공화당에서는 콜린 파월 합창의장을 지칭한듯 하다. 그러나 부시 후보는 체니를 택했고 파월이 대회장에서 연설토록 했으며 맥케인에게는 어느 자리도 약속하지 않았다.

부시의 ‘온정적 보수주의’ 연설과 ‘새로운 공화당’연설은 고어와의 지지율 격차를 13%로 벌렸다. 부시는 숙명이나 운명에는 체념하지 않는 듯이 보인다.

고어 후보는 ‘위험한 발상의 고어’라는 공화당의 비평을 8월18일부터 시작되는 LA전당대회에서 반박해야 한다. 그는 아직 ‘S’자 부통령 후보를 설정 하지 않았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에드워즈 상원의원이 후보의 한 사람이다.

그도 성명 철학자의 운명론을 따를 것같지 않다. 그에게는 클린턴에게서 배운 앞으로 80여일간 ‘로드쇼’와 ‘쇼우 타임’이란 캠페인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클린턴이 제발 입만 다물어 준다면 그는 1948년 트루먼 대통령의 신화를 이루려는 의지로 가득찬 듯 하다. 그때 트루먼을 아는 50명의 정치부 기자들은 단 한 사람도 트루먼이 죤 듀이 뉴욕 지사를 이기리라고는 분석하지 못했다.

<박용배 세종대 겸임교수>

입력시간 2000/08/08 20:0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