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마포구 난지도(蘭芝島) 투금탄(投金灘)

난지도는 한강의 강중섬 가운데 가장 바다 쪽으로 치우쳐있는 섬으로 본디 경기도 고양군 신도읍에 속했으나 지금은 마포구 상암동에 속한다.

한강은 예로부터 겨울철새의 보금자리로 여러종의 철새 수십만 마리가 겨울을 나는데 바로 난지도 상공에 날아들면서부터 내리기 시작한다하여 옛 시인들은 문섬(門島)으로 미화해 부르기도 했다.

나는 철새도 스쳐갈 수 없게 했음일까. 우리나라 풍토학의 고전 택리지(擇里志)에 보면 사람이 사는 양택(陽宅)으로 가장 이상적인 풍수조건은 강물 타고 굽이굽이 바닷물이 거슬러오는 목에 굵고 단단한 모래로 다져진 땅이다.

그 땅에서 솟아난 담수가 사람에게 가장 좋다고 했으며 이 풍수조건을 갖춘 땅과 식수가 바로 난지도라고 소문이 나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난지도가 가장 이상적인 녹지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서울시가 내놓은 난지도 매립녹화 계획에 따르면 난지도 매립지에 희망의 숲과 평화의 공원에 숲을 조성할 때 나비 애벌레의 먹이식물과 성충 나비나 꽃가루를 빨아 먹을 수 있는 식물도 함께 심을 예정이란다.

최근 난지도 생태를 조사한 결과 식물 200여종과 곤충 29종이 서식하고 있어 나비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

난지도의 지(芝)를 ‘지(芷)’로 쓰기도 하고 시(詩)를 읊을 때는 ‘蘭芷’로 쓰기도 한다. 그 어느 것으로 쓰건 향기롭고 상서러운 말임에 틀림없다. 난지(蘭芝)는 난초꽃과 영지(靈芝)란 뜻으로 상서러움의 상징이다. 그 상서러움과 향의 땅에 걸맞게 난지도를 감싸고 흐르는 한강가 포구, 투금탄(投金灘)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야기는 고려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말엽 공민왕(恭珉王) 때의 일이다. 난지도 앞 한강을 나룻배를 타고 건너던 형제가 있었다. 그 가운데 아우가 마음의 갈등으로 몹시 안절부절이었다.

실은 그 배를 타기 전에 난지도 기슭 길바닥에서 금덩이 두 개를 주웠는데 그 중 작은 것 한 덩이를 형에게 주고서 자신의 마음 속에 싹튼 사악한 마음으로 인한 고민이었던 것. 고민 끝에 아우가 갖고 있던 금덩이를 강물에 던지고 만다. 속사정을 듣고 난 형도 나눠가진 금덩이 마저 물에 던져버림으로서 형제간의 우애는 회복한다.

그리하여 이 강을 금덩이를 포(浦:물)에 버렸다 하여 ‘투금탄(投金灘)’이라 하여 뒷날 김포(金浦)로 땅이름이 붙었으며 혈육간의 이욕 싸움에 교훈을 주는 ‘도덕의 장’이 되었던 곳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땅이름 가운데 가장 향기로운 땅이름이 바로 난지도일 것이다. 하필이면 새도 쉬어가는 그 향기로운 섬, 옛날엔 연인이 즐겨찾는 데이트 명소로 ‘꽃섬’이라 불리기도 한 섬에 가장 향기롭지 못한 악취의 쓰레기 투기장을 만든 것 하며, 사람 살기에 가장 좋은 풍수의 땅에 쓰레기장을 만들어 놓고 고려시대 이래 가장 좋은 ‘도덕의 장’이 오물을 쌓아올린 쓰레기산이었으니….

그 쓰레기산이 1992년말로 15년간의 ‘쓰레기 섬’시대를 마감하고 이제 국제화 시대로 발돋움하는 2002년 월드컵 축구 경기장이 들어서고 있다. 월드컵 개막전이 펼쳐지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 냉난방 열원으로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사용한다니 희한한 일이다.

형제가 금(金)을 강에 버렸다는 투금탄(投金灘)엔 인천(영종도) 국제공항으로 통하는 거대한 쇠다리(鐵橋)가 놓였으니 쇠(金)를 버린 ‘투금탄(投金灘)’이란 땅이름을 탓하랴!

<이홍환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0/08/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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