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Clinic] 성형수술은 과학적 예술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성형수술은 인도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발달했었다. 고대 인도의 베다성전에 보면 행실이 나쁜 아내 또는 딸을 지닌 남편이나 아버지가 코를 베어버리게끔 율법상으로 보장을 받았다. 따라서 이로 인해 없어진 코를 성형해주는 수술이 일찍부터 발달했었다.

고대 인도에서 시작된 성형기술은 다시 서쪽으로 페르시아 및 그리스, 로마로 전해져 서력기원 경에는 로마에서 서구인으로는 처음으로 성형외과 수술을 시행한 기록을 남겼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와 18세기 미국 독립전쟁, 그리고 19세기 유럽의 나폴레옹 전쟁 등 굵직한 세계사적 사건을 통해 성형수술이 의술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근대적 의미에서의 성형외과학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거치며 비로소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발생한 미국의 남북전쟁과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당한 병사의 상처를 치료하다 보니 복원을 목적으로 하는 세련된 성형수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려지는 히포크라테스가 “전쟁은 유일무이한 진정한 외과학교”라고 말한 바 있지만 인류에게 있어서 재앙과도 같은 전쟁이 오히려 의학의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된 것은 아이러니다.

고대 인도에서 시작돼 서구사회로 전파된 성형수술은 세계사의 크고 작은 사건과 산업기술 및 과학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시행 초기 단순히 결손된 조직의 재건 수준에 불과했던 성형수술이 이제는 수술 현미경의 발달과 봉합사의 개량에 힘입어 미세수술을 시행하는가 하면 컴퓨터와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기도 하며 인공 성형삽입물질의 개발을 통해 성형수술의 차원을 한단계 높이며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아마 의학사를 돌이켜볼 때 의학분야에서 가장 발달된 분야가 성형외과학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같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성형수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서양의사들이 의료선교사로 입국한 근대에 이르러서다. 이들에 의해 선 보인 성형수술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 군의관에 의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1950, 1960년대 성형수술은 성형외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개원의와 소위 ‘보따리 장사’로 불리던 돌팔이들이 미용정형이라 해서 쌍꺼풀을 만들고 코 또는 유방에 이물질을 주입하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의 인식도 마치 미용수술이 성형외과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1960년대 초반 우리나라 의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성형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시고 미국 성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하신 유재덕 교수가 연세의대에서 성형외과 전문진료와 교육을 시작하고 1960년대 중반 대한성형외과학회가 창립되면서 우리나라의 성형외과학은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다.

이때부터 성형외과학은 우리 사회와 국민 사이에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고 성형외과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의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고속성장을 거듭한 경제의 활성화로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형수술은 한층 자연스럽게 국민의 생활 속에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해 많은 환자가 전문의사가 아닌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가 하면 심지어는 의사가 아닌 돌팔이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빗기도 했다.

물론 현재는 많은 수의 전문의가 배출되어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됐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사람의 경우 싼 맛에 돌팔이에게 자신의 신체를 내맡기는 경우가 있다.

고대 인도에서 형벌에 의해 잘려나간 코의 재건을 위해 시작됐던 성형수술은 유구한 역사 속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성형수술은 현재의 발전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모든 인간의 공통된 소망인 까닭이다. 더욱이 성형외과 수술을 ‘과학에 기초를 둔 예술’이라고 할 때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어떠한 형태로든 성형수술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정일화 세란성형외과원장

입력시간 2000/08/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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