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P3 업계 "유탄 맞을라"

소송 봇물, 플레이어 업체 존립위기

인터넷 음악파일 배포 사이트인 냅스터를 두고 미국 법정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26일 미 연방지방법원이 냅스터에 대해 잠정폐쇄 결정을 내린데 이어 7월29일에는 순회법원이 유예판결로 번복,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용자들이 자신이 가진 압축파일 목록을 공개하고 남의 목록을 검색해 서로 내려받는 방식에 대해 신기술이냐, 불법이냐 사이를 오가는 판가름하는 재판이다.

미국에서 냅스터의 운명이 지옥에서 천당을 오가는 사이 국내 관련업체들도 처지를 보였다. 우선 한숨을 돌린 것은 냅스터와 같은 방식으로 mp3 파일을 공유하도록 한 소리바다(www.soribada.com).

당초 소리바다측은 미국에서 폐쇄판정이 내려지고 국내에서도 파장이 일자 “국내법상 법률적 책임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만 거듭했다. 때문에 미국에서의 유예판결로 일단 국내 소송도 당분간은 잠잠해질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메신저 프로그램 가운데 파일을 첨부해 공유하도록 한 영산정보통신의 씨프렌드(www.seefriend.com)도 “이제 강 건너 불이 됐다”는 분위기. 김영민 기획마케팅팀장은 “메신저 서비스의 일부분으로 사용자가 알아서 파일을 공유하기 때문에 여기에 관여치않는 운영자는 책임이 없다”라며 “우리는 소송당사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 음반사나 관련 협회는 소송을 계속할 움직임이다. 한국 음반협회 이창주 법제미디어부 이사는 “어느 범위까지 소송할지는 협의중이지만 IMF위기 이후 매출이 급감하는데 소송을 안할 수 있겠느냐”며 일전불사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이사는 “특히 우리나라는 1만2,000여개의 개인홈페이지가 더 문제”라며 “어차피 이들을 뿌리뽑으려면 포괄적으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 당사자간의 일전이 불가피한 가운데 불똥은 MP3 플레이어 생산업체로 튈 가능성도 있다. 현재 MP3 플레이어 생산업체는 재생기능에만 주력할 뿐 MP3 공급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국내 소송이 진행돼 신속하게 판결이 내려지면 MP3 파일을 찾기가 어려워져 네티즌이 외면하게 되고 MP3 플레이어는 무용지물이 된다. 사실 네티즌도 찾기쉽고 무료라서 MP3 파일을 이용했을 뿐 만약 찾기가 어렵거나 유료화되면 구태여 이를 찾을리가 만무하다.

MP3 수집광인 회사원 이용균(28)씨도 “음질도 좋고 무료라서 좋아할 뿐 사실 검색이 어려워지면 CD를 구입하거나 다른 방도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사실 MP3 자체도 다운받기가 힘드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MP3 플레이어 생산업체는 삼성전자, LG전자, 새한미디어, 앰피맨닷컴, 리얼시스템즈 등 20여개.

개발중인 업체만 200여곳을 넘는다. 최근 MP3 플레이어 개발을 끝낸 벤처업체 S사의 관계자는 “기껏 공들여 개발했는데 자칫하면 물거품이 될 것같아 직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다행이 미국에서 유예 판결로 국내 소송도 주춤할 것 같아 한 숨돌리고 있다”며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엠피맨닷컴의 김경태(36) 기획전략팀장은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음반제작사들과 공동으로 MP3 유료화 등으로 저작권도 보호하고 안정적인 MP3 파일 공급원도 찾는 방향을 모색해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음반제작사는 이같은 MP3 플레이어 업체들의 제휴의 손짓에 냉담한 반응이다. 그동안 “불법 MP3에 편승한 신기술로 음반제작시장을 갉아먹었다”는 생각때문이다.

국내 최대 음반사인 신나라레코드의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매출격감으로 고생하는 동안 MP3 업체들이 한번이라도 제휴하자고 했느냐”며 “우리도 음반을 MP3로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는 등 생존을 위해 발버둥쳐온 마당에 이제와서 그들과 함께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쪽의 제휴로 MP3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컨텐츠는 음반제작사가 맡고 기술은 MP3 플레이어 제작업체가 맡는 방식으로 저가 MP3를 공급하면 윈-윈게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국내소송의 결과에 따라 판가름나겠지만 MP3 플레이어 생산기술이 세계 최고인만큼 이를 사장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황종덕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09 20:13


황종덕 인터넷부 lastrad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