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의 미소엔 음모가 있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실 (필리프 반데베르크 지음/한길사 펴냄)

만약에 예수에게 아들이 있고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아내였다면 기독교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예수께서 성령에 의해 잉태되셨다’, ‘예수는 처녀인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다’, ‘빌라도에게 수난을 당하셨다’, ‘십자가에 못박히셨다’, ‘사흘째 되는 날에 부활하셨다’는 등 기독교를 지탱해왔던 수많은 일화들이 모두 거짓이라면 수십억 기독교 신도의 믿음은 무엇인가.

한길사에서 기획하고 있는 반덴베르크 역사스페셜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기독교에 대한 대반란을 꿈꾼다.

전작 ‘미켈란젤로의 복수’와 마찬가지로 신학, 기호학 등 다양한 분야와 시대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이 넘쳐나는 추리소설. 방대한 지식과 스릴 넘치는 극적 전개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신약성경 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파헤치는 작가의 상상력 또한 치밀하고 시원스럽다.

이야기는 남편이 교통사고 갑작스럽게 죽은 후 그의 이중생활을 추적하는 주인공 안네로부터 시작한다. 남편의 외도를 추적하던 그녀가 우연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 감추어진 무시무시한 비밀을 눈치채면서 소설은 고대와 현대를 오간다.

비밀은 요한복음 등 기존의 4대 기독교 복음서 외의 제5복음서의 실체에 관한 것.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이 복음서는 예수에 대한 충격적 사실과 전세계 종교 지도를 변화시킬 만한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다.

르네상스시대 최고의 화가로 추앙받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학자로도 대가의 지위를 누려왔던 그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을 말로 표현할 수 없게 되자 은밀한 방식으로 후세에게 전달한다.

자신의 그림 모나리자에 비밀을 숨겨놓고 그 위에 덧칠을 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는 것일까. 어느날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에 황산이 뿌려지고 다빈치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비밀의 열쇠는 ‘바라바’라는 암호를 지닌 모나리자의 목걸이.

바라바는 예수의 아들이자 제5복음서 저자의 이름이다. 따라서 제5복음서에는 달리 예수의 성장과정이나 신체적인 특징 등 예수에 대한 개인적 내용이 많이 담겨 있고 기존의 복음서들이 주장한 기독교 핵심 교리를 부정한다.

바라바의 제5복음서가 공개되면 이제 바티칸은 박물관이 되고 기독교는 역사상에서 사라진 종교가 될 처지에 이른다.

지구상에서 기독교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를 지배하려는 오르페우스 기사단과 이슬람 세계를 꿈꾸는 이슬람교 원리주의자, 그리고 기독교를 지키려는 로마 교황청은 제5복음서의 원본을 찾기 위해 치열한 암투가 벌인다.

하지만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복수’처럼 진실은 어둠 속에 묻은 채 작품의 끝을 맺는다. 주인공 안네는 의문에 사고로 죽고 교황청은 1962년 100년만에 바티칸 종교회의를 열어 이미 밝혀진 제5복음서의 내용과 이를 둘러싼 사건들을 모두 없었던 일로 처리한다.

한바탕 꿈처럼 기독교를 신랄하게 휘젓는 소설. 저자는 ‘파라오의 저주’ ‘람세스 대왕’ 등 수많은 역사소설을 펴낸 독일 작가로 그의 작품은 30개국에서 총1,600만부 이상이 팔렸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16 16:58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