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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 vs 이인제 '8ㆍ30 대전'

한화갑 vs 이인제 '8ㆍ30 대전'

최고위원 1위싸움, 韓'조직력'대 李'바람' 대결 양상

8월30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이 뜨거운 이유는 무엇보다 이인제 상임고문과 한화갑 지도위원의 대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모두 1위를 노린다. 대의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당내 조직력이 월등한 한 위원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결과에 대해선 이런저런 예측이 분분하다.

이 상임고문과 한 지도위원의 대결을 추적해보면 사실상 전면전이나 다름없다. 우선 양측은 차기 대권논의에 있어 예각을 이루면서 벌써 일합을 겨뤘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전당대회의 성격을 “대권이나 당권과는 관계없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이들의 대권논의가 공개적일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위원측은 청와대쪽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 일찌감치 ‘호남 역차별론’을 제기했다. 한 위원이 과거 정권 초기의 발언을 해명하는 방식으로 제기한 역차별론은 “호남인사라고 해서 차기 대권후보에서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한 위원 자신이 전남 출신이기 때문에 이같은 언급은 스스로 대권주자 대열에 합류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대권논쟁‘치고 빠지기’전술

그러나 한 위원측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한 위원 진영의 한 핵심 참모는 “한 위원에게도 대권주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면서 “김 대통령 직계인 한 위원이 당내 대권논쟁을 촉발시키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종의 ‘치고 빠지기’전술이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측은 “2001년 말까지는 당권이나 대권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뒤집어 보면 “2001년 말 이후에는 당권이든, 대권이든 확실한 입장을 정해 밀고 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이같은 한 위원 진영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이 고문 캠프의 시선은 차갑다. 기본적으로 차기 주자에서 호남인사를 배제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는 것이 이 고문측의 시각이다. 충청 출신이자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고문이 주도하는 ‘전국정당화론’은 사실상 호남인사 배제론에 가깝다.

명실공히 전국정당화를 이뤄야, 즉 ‘호남당’의 이미지가 더욱 희석돼야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 위원측에서 ‘역차별론’을 제기한 것은 당내 대권주자 대열에서 단연 앞서가고 있는 이 고문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이 고문 진영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다.


이, 전국정당화론으로 뒤집기 노려

당이 최고위원 경선 체제에 돌입하면서 나돌기 시작한 ‘제3 인물론’, ‘이인제 불가론’등이 그것이다.

‘제3 인물론’은 여권 핵심부가 정권재창출을 위해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이 아닌 제3의 후보를 비장해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인제 불가론’은 이 고문에 대한 영남지역의 반감 때문에 이 고문이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나간도 해도 필패할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당연히 이 고문 진영에선 펄쩍 뛸 수밖에 없고 또 이러한 설의 제조·유포의 진원지로 서슴없이 한 위원 진영을 지목할 정도로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있다.

이 고문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고문에게 상처를 입히면 결국엔 한 위원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위원의 최종 목적은 대권이 아닌 당권경쟁에서 권노갑 상임고문을 누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애써 한 위원의 움직임을 평가절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고문 진영에서는 이 고문을 ‘정권재창출의 희망’,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호남 역차별론’과 ‘전국정당화론’으로 양측이 한차례 고공 대결을 벌였지만 실제로 유권자들인 대의원을 상대로 한 지상 득표전은 더욱 치열하다. 현재로선 한 위원이 호남과 영남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이 고문은 충청과 수도권 및 강원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의원 상대 여론조사 결과 전체적으론 한 위원이 40%대를 달리고 있고 이 고문은 3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뒤집기 작전을 시도하고 있는 이 고문의 승부수는 호남과 영남지역을 각각 전·남북과 경남·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한 위원에 대한 지지가 전남에 비해 전북에서 의외로 떨어지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 위원이 이 고문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가고 있는 부산·경남 지역에 비해 대구·경북에서는 한 위원에 대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이 고문측이 노리는 대목이다. 전·남북간, 경남·북간 틈새를 최대한 벌릴수록 이 고문에게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치열해지는 대의원 잡기

한 위원 진영은 중앙당 당연직 대의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수도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지역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지만 이 고문과 1, 2위를 다투는 혼전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 한 위원측의 주장이다. 수도권에서 이 고문이 일방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고문측의 경남·북 틈새 공략에 대해선 경남의 김기재 의원과 경북의 김중권 지도위원을 잇는 ‘삼각 동맹’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측은 김기재 의원측과는 일찌감치 연대의 움직임을 보여왔으나 김중권 위원과 손을 잡는 방안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 위원 캠프에서는 ‘확실한 1위’를 위해서는 대구·경북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권노갑고문 움직임이 최대변수

이 고문과 한 위원의 대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은 권노갑 상임고문의 행보다. 한 위원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선 권 고문과 이 고문은 한 배를 탔다고 봐야 한다.

권 고문과 이 고문이 내부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얘기다. 아직은 구체적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경선 막판에 가면 권 고문이 손을 쓰려 할 것이라는 시각이 당 안팎에는 팽배해 있다.

권 고문이 경선에 알게 모르게 개입할 경우 한 위원측으로부터 불공정 경선의 시비가 제기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고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태성 정치부 기자 tsgo@hk.co.kr

입력시간 2000/08/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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