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처방전?… 약 못 짓는대"

인터넷 사이트 '아파요닷컴' 발행 처방전 불법 논란

사이버 병원은 합법인가 불법인가. 최근 보건복지부가 인터넷 의료 사이트 ‘아파요닷컴’(www.apayo.com)이 발행한 사이버 처방전을 불법으로 판정함에 따라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8월4일 보건복지부는 “사이버 처방전처럼 의료법에 위반되는 처방전을 근거로 약을 지어준 약국에 대해서는 약사법 위반혐의로 강력히 제제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이같은 조치는 인터넷 병원 아파요닷컴이 의약분업이 전면 시행된 지난 1일부터 원격진료를 실시하고 매일 3만 여명에게 무료로 사이버처방전을 발행한 데 따른 것. 현재 인터넷 병원 사이트는 수십 군데에 이르지만 처방전을 발행하는 곳은 아파요닷컴이 유일하다.

환자들은 아파요닷컴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가입을 한 뒤 자신이 앓고 있는 증상을 상담란에 띄움으로써 간편하게 진료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회사 소속 의사가 환자의 진술을 근거로 증상을 진단하고 원하는 사람에게는 처방전까지 발급해준다. 이러한 사이버 처방전에는 의사 면허번호, 전자서명 등이 포함돼 있어 실제 처방전과 똑같다.


복지부"현행의료법에 위배"

하지만 복지부는 “사이버 처방전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며 “처방전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원의 의사에게 대면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인터넷을 통한 진료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본 것이 아니므로 정확한 처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

또 인터넷 병원 소속 의사들은 의사 면허가 있더라도 개원의가 아니어서 인터넷을 통한 진료는 현행 의료법에 위배된다는 것. 의료법 제30조는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서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아파요닷컴의 민경찬 대표는 “이미 법적으로 해결된 사항이며 보건복지부 결정은 터무니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1일 아파요닷컴을 개설해 인터넷 진료를 시작하자 보건복지부가 인터넷 진료는 불법이라며 민씨를 형사고발한 예를 들어 강력히 반발했다.

민씨는 “당시 서초경찰서는 무허가 진료행위를 했으므로 기소해야 한다고 서울지검 담당검사에게 보고했으나 수사결과 인터넷 무료 진료는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민씨는 의료법 제30조는 불법 의료업을 규제하는 조항이지 돈을 받지 않는 의료행위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파요닷컴의 무료 진료는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또 “촉진과 청진 등 대면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병원에 가도록 권유하고 증상이 경미한 환자에게만 처방전을 발급하므로 결코 무리한 진료행위가 아니다”라며 항변한다.


하루 2만여건 발급

그는 “약사법도 처방전에 의사의 서명은 요구하지만 병원이름 기재의무는 없으므로 사이버 처방전은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며 “약사가 이에 따른 조제를 거부할 때는 고발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약사법 21조는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에 의하여 전문 의약품 또는 일반 의약품을 처방하여야 한다고 적고 있다. 나아가 아파요닷컴은 약사들에게 “법적 모든 책임은 우리가 지겠다”며 약사들을 안심시키고 사이버처방전 발행을 강행하고 있다.

의약분업 초기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매일 1만 5,000~2만 건의 처방전을 발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약사와 의사들은 사이버 처방전에 대해 부정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한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사이버 처방전에 따라 약을 지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일부 의사들은 사이버 진료는 오진에 의한 부작용과 의료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의사협회는 인터넷상으로는 시진, 촉진, 청진 등 전체적인 진료가 불가능해 오진의 가능성이 크고 현행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 진료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공식 논평을 발표했다.


의사·약사들 부정적 입장

의사협회는 또 아파요닷컴 측이 인터넷 진료행위가 무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이트에 배너광고를 게제해 유상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병원 순위 등을 공개해 공정한 경쟁을 배제함으로써 불법적인 환자유치행위를 행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의사협회는 “특히 사이버 진료의 경우 환자와의 대면진료가 없기 때문에 처방한 사람이 면허를 가진 의사인지, 무면허 의사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사이버 처방을 허용하면 무면허 의료행위가 난립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라며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현운태(35) 주사도 “인터넷 병원이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만 처방전을 발급한다고 하는데 경미한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봐야 아는 문제”라며 반박했다. 인터넷사이트는 보안도 허술해 환자의 증상과 처방 등 사적인 비밀이 공개될 소지가 많다며 규제방침을 확고히 했다.


시민들 "폐업의사들 보다 낫다"환영

이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사이버 처방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의료파업과 맞물려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것도 이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암행어사’라는 이름의 한 네티즌은 “강한 봉사정신으로 뭉쳐서 한 생명이라도 더 보살피려고 고군분투 해야할 의사들이 시위나 하고 있으니….(중략) 민병찬 의사님, 용기를 잃지 마시고 환자를 보살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아파요닷컴 게시판에 띄웠다.

이외에도 “병원 가서 받아온 처방전이 효과 만점이라 또 약 먹으려니까 다시 처방전 받아오래. 정말 바쁘고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인데…. 이 사이트 찬성 찬성”같은 글도 있다.

이에 법조인들은 사이버 처방전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어느 정도 유연한 법해석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의료전문 변호사 신현호씨는 법률과 판례가 대면진료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버 처방은 명백히 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3년 전쯤 인천에서 한 병원이 전화로 진료를 하고 진단서를 발급해준 적이 있다. 그때 법원은 전화진료는 직접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진단서는 허위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환자의 편리를 위해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초진환자는 반드시 대면진료하고 재진부터는 인터넷을 통한 처방을 허락하는게 바람직하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1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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