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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10대] "기술은 나이순이 아니잖아요"

[무서운 10대] "기술은 나이순이 아니잖아요"

서울 중대부고 2학년 김태훈군. 그는 이제 겨우 17살에 불과하지만 인터넷 업계에선 알아주는 인물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네띠앙’의 서비스 개선위원장, 인터넷 광고 마케팅업체인 DIG 커뮤니케이션의 넷 제너레이션 사업팀장, 무선 인터넷 전문기업 GP 홀딩스의 사장 등 이 분야에서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김군이 인터넷 계통에 이름을 알린 건 지난해 7월, 네띠앙 동호회 서비스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부터다. 네띠앙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그는 몇달 동안 밤을 세워 네띠앙 동호회 13만 여개를 모두 분석해낼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과 능력을 보여줘 업계 종사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군은 올 3월 그의 컴퓨터 실력과 인터넷 마인드를 눈여겨 본 투자자들의 도움으로 무선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력·감각 어른보다 뛰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컴퓨터를 다뤄온 김군의 꿈은 인터넷 업계의 전문 경영인.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춘 인터넷 종합 지주회사를 차리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김군은 요즘 사업 때문에 눈코 뜰 새 없다.

인터넷 속의 다양한 컨텐츠를 분석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느라 날마다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잠에 든다. “컴퓨터에 빠져서 일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몰라요. 몸이 힘들고 학교생활도 정상적이지 못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니 기분이 좋아요.”

요즘 인터넷 업게에선 ‘장강(長江)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무색할 정도다. 젊다 못해 어리기까지 한 10대들이 어른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감각을 바탕으로 인터넷 업계에 진출하고 있다.

중학생 벤처 사장이 나오는가 하면 기존업체가 생각지 못한 기술로 성인들을 놀래킬 정도다. 학교에서 공부에 열중해야 할 어린아이 정도로 여겨졌던 중고등 학생들이 어른들을 제치고 인터넷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개발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허재준(19·관동대 1년)군과 윤주현(16·경남과학고 1년)군도 그러한 케이스. 백신프로그램 개발업체 하우리에서 일하고 있는 허군은 1996년 말 PC통신 자료실에 공개용 백신 프로그램 ‘파워 백신5’를 올린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다.

허군이 컴퓨터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몰라 오락과 PC통신만 하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로부터 컴퓨터를 망치는 벌레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백신프로그램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 뒤부터 그는 새벽 3~4시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으며 현재는 하우리에서 연구원직을 맡고 있다.


"교실에서 보다 더 많은 걸 배워요"

안철수 바이러스에서 근무하는 윤군은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한 백신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이미 알려진 바이러스만 치료하는 기존 제품과는 달리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까지 찾아내 퇴치하는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 ‘x-ray’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업계에서도 참신한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윤군은 올해 5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국제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컴퓨터 천재다. “컴퓨터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요. 어떤 때는 프로그램 개발하고 인터넷 서핑하느라 일주일 내내 컴퓨터만 보고 지낸 적도 있어요.”

10대들의 디지털 혁명의 선두주자는 1997년 18살에 멀티미디어용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칵테일 주식회사를 설립한 이상협(21)씨.

우리나라에 e비즈니스 개념도 없고 내세울 만한 소프트웨어도 없던 시절인 그때 10대로선 처음으로 인터넷 벤처회사를 설립했다.

“정말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많은 사용자들이 감동을 느끼게 하는 게 꿈이었어요. 사무실에서 밤을 새는 힘든 날의 연속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껴요.”

1995년 전국 컴퓨터 경진대회, 1996년 전국 컴퓨터 경연대회 공모전 등 각종 대회에서 대상을 독차지할 만큼 독보적인 재능을 보였던 그는 1999년 특례로 입학한 카이스트마저 자퇴했다.

“모두가 똑같은 일을 하고 살 순 없잖아요. 교실에서보다 더 많은 걸 배우고 잘할 수 있다면 굳이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현재 칵테일 주식회사는 연 매출 50억을 바라볼 정도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이씨의 성공 이후 그를 본 딴 10대 창업이 끊임없이 이어고 있다. 지난해 컴퓨터 도메인 등록회사를 설립한 표철민(15)군과 이 회사 감사인 김승범(15)군은 10대 벤처 경영의 대표주자. 어린나이지만 직원 12명을 거느린 어엿한 회사 중역이다.

표군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도메인을 인터넷을 통해 팔다가 도메인 등록회사의 사업성을 직감했다고 한다. 또 김군은 “대학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앞으로 인터넷 벤처를 하고 싶어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에 일찍 뛰어들었어요”라며 본격적인 인터넷 경영의 포부를 내비쳤다.

올해 고등학교를 자퇴한 염창훈군(16)도 벤처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염군은 이미 사업자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인터넷에 관심을 갖고 계속 연구하다 보니까 어른들보다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연령 낮아지는 청소년 벤처진출

이들 청소년 벤처 사업가들은 서로의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한국 청소년 기업 연합’도 만들 계획이다.

컴퓨터 게임업체 넥슨의 이승규씨는 “10대들은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접하면서 자라 컴퓨터 관련 사업 감각이 아주 탁월하다. 10대의 인터넷 벤처 진출은 더욱 늘어나 미국처럼 벤처산업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청소년의 벤처진출은 그 연령대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있다. 얼마 전부터 아델 리눅스에 테스팅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김범준군은 초등학교 6학년.

아델 리눅스의 강은수 홍보팀장은 “웬만한 어른보다 훨씬 낫다. 리눅스는 윈도우와는 달리 설치하고 테스트하는 게 쉽지 않은 데 어떤 부분에서도 막힘이 없다”며 김군의 실력을 칭찬한다.

최근 들어서는 대규모 인터넷 업체들에서도 10대들의 능력과 인터넷 감각을 인정, 이들의 재능을 활용하는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니텔은 지난 3월 신입 사원 선발 당시, 10대 7명을 자문위원으로 임명하고 정보서비스 기획 모니터링 등의 임무를 맡겼다.

또 네이버의 경우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년까지 5명을 뽑아 주니어 네이버 서비스 개발을 맡겼다. 이들은 기획단계부터 모든 업무를 전적으로 담당한다. 야후도 최근에 고등학생 1명을 모니터 요원으로 뽑았다.

네이버의 홍보담당 최선주씨는 “나이가 어려 프로그램 제작 기술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아이디어나 컴퓨터 이해도는 어른들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회사측도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10대 인터넷 천재 중에 간혹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충북 H중 2학년 서모(14)군은 올 2월 컴퓨터 바이러스의 일종인 화이트 바이러스를 제작해 퍼뜨린 혐의로 경찰청 사이버 범죄 수사대에 붙잡혔다.

경찰 진술에서 서군은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바이러스를 개발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서군이 개발한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10만여대의 컴퓨터를 파괴한 ‘멜리사 바이러스’보다 전파력과 파괴력이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났다. 칵테일 주식회사 이상협 대표는 “일부 컴퓨터 천재들은 기술면에서는 어른보다 뛰어나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미성숙한 경우가 많다”며 어른들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gihui@hk.co.kr

입력시간 2000/08/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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