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 중국, 대학가 벤처 열기

고교생까지 가세…‘학생창업’ 찬반논란

미국에서 비롯된 신경제 물결이 중국 대륙에 밀어닥친지는 이미 오래다. 21세기 경제동력을 흡수하려는 중국 정부의 드라이브에 힘입어 신경제는 대륙의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신경제의 핵심인 정보통신(IT) 분야의 발전은 국가적 슬로건으로 격상됐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을 비롯한 관영매체는 물론이고 비관영 매체까지 너나없이 IT란을 마련해 분위기를 고무시키고 있다. 언론보도 총량의 10%는 IT관련 내용이라고 봐도 큰 문제가 없다.

신경제 물결이 벤처 창업붐을 낳는 것은 필연. 벤처를 가리키는 중국말은 ‘펑시엔’(風險). 말 그대로 ‘위험’이란 뜻이다.

중국의 벤처기업 형태는 한국과 다르지 않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대박을 노리거나 틈새시장을 노리는 젊은 기업인이 우후죽순으로 창업대열에 끼여들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창업투자사가 합류해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해외유학파들이 창업 이끌어

현재 중국의 ‘펑시엔터우쯔공쓰’(風險投資公司·창투사)는 토착회사만 90여개. 최근 수년간 생겨난 것이다. 이들 창투사의 등록자본금 총액은 74억 위엔(8,880억원). 여기에 미등록 회사와 해외 창투사까지 합치면 금액은 훨씬 커진다.

이같은 자금줄을 이용해 창업의 선봉에 선 그룹은 해외유학파.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를 전후해 미국으로 유학했던 신세대들이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채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창업대열에 뛰어드는 또다른 그룹은 학생들. 대학생과 고교생까지 동참하면서 학원에도 벤처붐이 밀려들고 있다. 중국 대학중 벤처열기가 가장 강한 곳은 베이징(北京) 소재 칭화(淸華)대.

8월10일자 중국신식보(中國信息報) 보도에 따르면 현재 창업대열에 뛰어든 칭화대 학생수는 약 500명에 이른다. 2만5,000명에 달하는 전교생의 2%가 학생 기업인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들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이름을 내건 회사는 45개.

상하이(上海)의 푸단(復旦)대, 지아통(交通)대, 통지(同濟)대 등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대학은 대학당국 차원에서 적게는 수천만 위엔, 많게는 수억 위엔의 창업투자기금을 마련해 학생벤처인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창업박람회와 창업계획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중국 대학 최초로 칭화대가 창업계획 경연대회를 시작한 것은 1998년 5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성을 비롯한 지방정부에서도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각종 경연대회에 참가한 대학은 100곳이 넘는다. 이공계 학생이 주류다.

칭화대 학생이 창업한 벤처기업의 가치총액은 올해 상반기 2억 위엔(240억원)을 넘어섰다. 8,000만 위엔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반년만에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올 연말에는 5억 위엔을 넘어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루쥔(魯軍), 왕커(王科), 치우훙윈(邱紅雲) 등 몇몇 칭화대생들은 학생 벤처계의 스타가 됐다.


학생창업 장단점 찬반논란

졸업 직후 창업하는 경우도 재학시절부터 준비해왔다는 의미에서 학생창업 대열에 든다. 푸단대는 올 7월 졸업생(중국은 가을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11명이 회사설립 신청에 들어갔다. 창업대열에는 교수들과 고교생도 빠지지 않는다.

화난리꽁(華南理工)대 창업경연대회에는 교수들이 연구항목을 창업 아이디어로 내놓았다. 상하이 찐차이(進才)고교에서는 2학년 학생들이 벤처기업 2개를 만들어 고교생 창업의 테이프를 끊었다.

이같은 학생창업 러시에 대해 중국 사회가 일률적으로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 최근 인민일보 인터넷판은 학생창업의 장단점에 대한 중국내 각 언론의 기사를 전제해 소개하며 맹목적인 창업열기에 우려를 표시했다.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측의 논리는 우선 학생은 공부하는게 본연의 임무라는 것이다. 중국의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창업)을 좇는 것 보다는 학문에 전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

바늘구멍의 대학입시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입학한 학생들이 학문을 도중에 포기하고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견해도 있다.

이들은 각급 당국에 대해서도 학생창업을 장려할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발전과 고등교육 보급률 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발전단계가 엄연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미국 실리콘 벨리의 모델을 직수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신경제물결, 뉴리더로 자리잡아

학생들의 경솔한 창업과 관리능력 부족을 이유로 반대하는 논리도 있다. ‘남의 돈(창투자 자금)으로 사업하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손해볼 일은 없다’는 학생 벤처인의 사고방식을 지적하는 것.

실제로 대학생 사이에는 창투사간의 격렬한 경쟁을 이용해 일단 회사부터 차리고 보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한차례 실험’으로 간단히 치부해버리는 예가 빈번하다.

이에 반해 학생창업을 긍정하는 측은 “학생창업 회사가 더 늘어나야 한다”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가 스탠포드대를 배후로 성장했듯이 중국의 대학가 벤처는 장차 중국 신경제의 원동력이 될 것이란 게 이들의 논리다.

높은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가진 학생들의 창업은 지식을 돈으로 전환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벤처 성공률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이들에게는 전혀 우려할 일이 아니다. 실패를 통해 관리능력을 체득하는 것은 벤처의 생리이고, 이 과정을 통해 학생벤처기업과 창투사가 함께 성숙하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찬반논리에 대해 칭화대 창업센터 루어지엔베이(羅建北) 주임은 광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창업은 학생 개개인의 선택이다. 학교당국이 창업을 위한 기반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결코 학생창업을 부추기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창업이 장차 신경제의 새로운 역량이 될 것은 틀림없다.” 교육부 관계자도 이와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교육부가 학생창업을 고무한 적은 없었다. (창업을 위한)휴학생에 대해서는 기존의 교육부 규정을 적용하면 될 것 아닌가.”

학생창업이 최근에 시작된 새로운 현상인 만큼 중국 정부와 학교당국도 아직 분명한 입장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신경제의 한 현상인 학생창업을 막을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중국의 학생창업 붐은 개혁·개방을 넘어 신경제에 중국을 합류시키는 ‘뉴리더’이자 ‘영파워’로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22 21:42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