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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순례(26)] MD푸드

[다국적기업 순례(26)] MD푸드

협동조합으로 시작된 덴마크 낙농그룹

통합 농협중앙회가 7월1일 출범했다. 농협, 축협, 인삼협 등 3개 협동조합중앙회가 한집 살림에 들어갔다. 각개약진으로 방만하게 운영돼오던 3개 조직을 하나로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의도에서다. 중복·유사기능을 통폐합해 조직의 거품을 빼는 슬림화도 당연한 수순으로 기대된다.

통합농협은 중앙회장 아래 3명의 부회장을 두고 책임경영제를 실시한다. 농업경제, 축산경제, 신용사업 부문으로 나눠 부회장들이 각각 경영권과 인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조직을 전문화, 경량화하게 된다. 일선 조합활동도 대폭 수술했다. 과거의 신용사업 위주에서 농·축산물 유통 전문조직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명실상부한 협동조합의 기능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선 조합은 한우, 낙농, 사과, 배 등 품목·업종별 조합형태로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DJ정부가 제시한 국정개혁 100대 과제의 하나로 추진됐다. 1981년 신군부가 농협과 축협을 분리하면서 심화한 조직운영의 파행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관 주도에 의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이 또한차례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은 협동조합을 정치화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본래적 의미에서 협동조합은 정부와는 거리가 멀다. 농민이나 중소상공업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고 개선하기 위해 만든 자치조직이 협동조합의 출발이다.


세계 최고품질의 유제품 생산

낙농선진국 덴마크의 다국적 기업 ‘MD푸드’는 협동조합이 자체 노력을 통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모델이다.

MD푸드는 덴마크 프리미엄 우유, 필러스 요구르트, 부코 크림치즈, 루어팍 버터 등 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세계적인 낙농그룹. 현재 19개국에서 생산, 공급되고 있는 MD푸드 유제품은 품질면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MD푸드의 역사는 18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최초로 설립된 낙농연합인 ‘예딩(Hjedding) 낙농협동조합’이 그 뿌리다.

예딩 낙농협동조합의 구성원은 1,400가구의 영세 축산농가. 각자의 농장에서 개별적으로 우유를 가공하던 농부들이 권익보호를 위해 공동작업을 시작하면서 조합이 형성됐다. 공동으로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고, 낙농전문 인력을 고용하면서 조합원들은 품질향상과 더불어 제품가격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규모의 경제에 대한 요구가 이들을 뭉치게 한 셈이다.

제2차대전 이후 소비수준 향상으로 낙농제품 수요가 크게 늘자 예딩조합은 급성장의 기회를 맞았다. 품질향상과 유통효율 증진 필요성이 커지면서 조합에도 형태변화가 일어났다. 1,400여 농가는 14개 소회사로 재편됐고, 이들 소회사는 1970년 마침내 MD푸드란 단일회사로 통합됐다.


농가 존중이 품질유지 비결

거대기업으로 커졌지만 MD푸드는 최초의 조합운영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MD푸드의 소유주는 1만여명에 이르는 농부들. 그룹오너이자 농부인 이들은 예딩조합의 창립근거였던 참여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모든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한다.

MD푸드는 덴마크 내에서 6개 지역사업부로 나뉘어져 있고, 각 지역은 구역으로 세분화해 있다. 최고 경영권은 이들 일선 구역에서 선출된 임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행사한다. 운영위원회의 위원은 모두 288명.

이 가운데 15명은 평사원 중에서 선출된다. 농가 하나하나를 존중하는 협동조합적 기업문화가 MD푸드의 장인정신과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이 되고 있다.

‘MD푸드 코리아’는 1990년 출범했다. MD푸드가 한국에 진출한 과정은 다른 다국적 기업과는 다소 다르다. MD푸드 코리아의 전신은 1985년 전북 정읍군의 낙농가 103명과 덴마크 낙농개발공사가 합작투자한 한·정 유가공주식회사.

이 회사는 당시 국내 원유 공급과잉 해소와 낙농기술 발전을 위해 설립됐다. MD푸드는 1990년 이 회사 지분중 덴마크 낙농개발공사 주식을 인수하면서 한국에 첫발을 디디게 됐다. MD푸드 코리아는 1998년 정읍군 낙농가의 지분까지 모두 인수했지만 여전히 집유농가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농협 운영방향에 시사점

MD푸드는 지난 4월17일 스웨덴 알라(Arla)푸드와 합병함으로써 유럽 최대의 낙농그룹으로 올라섰다.

알라푸드 역시 MD푸드와 비슷한 성장과정을 밟아 7,000여명의 스웨덴 낙농농가가 소유주로 있다. 양사의 합병은 세계 최초로 2개국 유가공 협동체가 손을 잡은 사례로 기록된다. 올 연말 양사의 총매출은 44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MD푸드의 성장과정은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한국 농협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대표되는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정부가 농업을 지원하고 관여할 역량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한국 농업의 생존은 농민의 자생력에 달려 있다. 이런 의미에서 탈정치화, 농민자율, 기업화가 전제되지 않는 농협의 구조조정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8/2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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