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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도 돈이다?"

"똥도 돈이다?"

똥캐릭터 팬시·학용품 인기 상승곡선

똥이 화장실 문을 박차고 뛰쳐 나왔다. 단순히 화장실 밖으로 나온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상생활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똥을 화장실에서 해방시킨 것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이다.

디자인의 세계에서 똥은 더이상 똥이 아니다. 디자인과 결합될 때 똥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똥은 돈이 된다.

“엽기야, 엽기!”

8월18일 오후 서울 교보문고 학용품 코너의 ‘딸기’매장. 여대생 2명이 똥을 캐릭터로 한 열쇠고리 인형을 만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열쇠고리는 깜찍한 편이다.

전체가 똥모양인 바구니와 쿠션, 저금통에다 똥모양이 얹혀진 휴지통 케이스 등이 당당하게 진열대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여학생이 똥캐릭터 제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감춰왔던 것을 드러내는게 은근히 좋잖아요.”


20여종 출시, 냄새·모양 똑같아

주식회사 쌈지가 운영하는 딸기매장에 똥캐릭터 제품을 선보인 것은 지난해부터. 매장직원 송소라씨에 따르면 똥캐릭터 제품의 소비자는 10대와 20대 여성이 주류.

“손님들은 ‘지저분하다’고 말하면서도 물건을 사요. 사지 않더라도 모두 신기해하며 만져보곤 해요.” 매장에 들른 한 여고생은 친구에게 똥캐릭터 제품을 선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신촌에 있는 딸기매장에는 똥캐릭터 제품이 더 다양하다. 똥그림이 담긴 배지와 편지지, 부채, 머그잔, 스티커에다 부채까지 나와 있다. 전체가 똥모양인 벽걸이 시계도 진열대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캐릭터로 사용되는 똥은 뱀이 또아리를 튼 모양의 ‘전형적인 똥’이 대부분.

매장 종업원 P모양은 똥캐릭터 제품이 처음부터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매장에서 똥캐릭터 제품을 찾는 손님은 대부분이 대학생. 여대생 80%, 남학생이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똥캐릭터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P양 역시 대답은 명쾌했다. “특이하니까 사람들이 찾죠.”

똥캐릭터 제품을 처음 선보인 국내사는 역시 (주) 쌈지.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똥캐릭터를 이용해 출시된 제품은 20여종에 이른다.

쌈지의 똥캐릭터 제품 개발주역은 딸기팀 팀장 남인숙 실장이다. 남 실장이 똥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지난해 2월 발렌타인 데이 때. 재미삼아 똥모양의 상자에 초콜릿을 담아 내놓았는데 예상밖의 성공을 거뒀다. 이에 용기를 얻어 지난 3월 본격적으로 팬시상품과 학용품에 똥을 가미했다.


“특이하잖아요”고정관념 깬 마케팅

남 실장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똥캐릭터는 ‘똥치미’. 똥모자를 쓴채 똥을 싸고 있는 남자아이다. 코를 빠뜨리고 있는 꺼벙한 얼굴에 익살기가 풍기는 캐릭터다.

딸기브랜드를 달고 있는 모든 똥캐릭터 제품에는 똥치미가 들어간다. 똥캐릭터 상품 중 가장 사랑받고 있는 생활용품은 똥모양 쿠션과 휴지통 케이스.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연필이 인기다.

똥치미가 그려진 몸통에다 똥모양의 지우개가 달린 연필은 전시되자 마자 동이 난다고 한다. 똥모양으로 만들어진 막대사탕도 인기는 대단하다.

남 실장이 똥치미에 담은 메시지는 뭘까. 그녀의 설명. “똥은 참으면 거북하고 괴롭지만 막상 누고나면 시원하고 편안해지죠. 우리가 일상에서 얽매이는 고정관념이나 예절, 형식, 규범도 어떻게 보면 똥과 비슷해요. 참음으로써 생기는 욕구불만을 똥치미를 통해 통쾌하게 해소하자는 거죠.”

남 실장은 똥캐릭터 상품이 성공한 이유로 우선 디자인성을 들었다. 똥이 더럽고 냄새는 나지만 형태상으로는 그럴듯하다는 것. 또다른 이유는 실제 똥과 객관화한 똥의 차이. 매일 보는 터라 친근감이 있는데다, 화장실에서만 보던 것을 공개된 장소에서 보면 새로운 감각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 똥캐릭터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곳은 (주)쌈지 정도. 다른 업체에서도 일부 만들기는 하지만 생산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똥냄새 스티커를 비롯한 수입품도 들어오고 있다.

똥냄새 풍기는 스티커를 학용품에 붙이고, 똥모양의 사탕을 빨고, 똥모양의 학용품을 사용하는 10대와 20대들. 이들이 똥캐릭터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왜일까. 신기하고 튀어 보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기준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해방과 탈출에 대한 욕구표현일까. 똥 다음에 청소년들을 유혹할 또다른 ‘탈일상적’상징물은 무엇이 될 지 궁금하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8/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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