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더 우드

결혼에 대한 남자와 여자 생각

결혼은 일생일대의 경사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일. 결혼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번번이 식장에서 도망치는 신부의 이야기 <런 어웨이 브라이드>는 바로 이같은 불안에 근거한 로만틱 코미디.

물론 근사한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신부가 등장하는 <베리 베드 씽>과 같은 극단적인 코미디도 있기는 하다.

릭 파무이와 감독의 올해 작품 <더 우드 The Wood>(15세, CIC)는 결혼을 앞두고 잠적한 신랑과, 신랑을 찾아나선 친구들이 젊은 시절의 철없던 사랑을 회상하며 성년에 이른 감회를 토로하는 영화. 말쑥한 연회복 차림의 흑인 청년들이 되돌아보는 중고등학교 시절과 결혼식 준비 과정은 흑인 영화에서는 보기드문 건강함으로 가득하다.

LA 교외의 잉글우드. “휴 헤프너처럼 살겠다”던 롤랜드(타이 딕스)의 결혼식장, 웨딩 케익이 배달되고 속속 도착하는 친지들로 분주하다.

헌데 결혼식 3시간을 앞두고 신랑 롤랜드가 사라져 신랑 들러리인 죽마고우 마이크(오마 옙스)와 슬림(리차드 T. 존스)은 안절부절. 마이크와 슬림이 롤랜드를 찾아낸 곳은 롤랜드의 첫사랑이었던 티냐의 집. 술에 만취한 롤랜드를 깨우느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세 친구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한다.

1986년 마이크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곳 우드로 전학왔다. 잦은 전학으로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마이크를 따스하게 맞아준 장난꾸러기 롤랜드와 슬림. 이때부터 이들은 삼총사가 되어 함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사랑의 모험을 하고, 총각 딱지 떼기를 하며 청춘기를 무사히 통과한다.

그리고 이제 롤랜드의 결혼을 계기로 하여 새로운 인생의 문 앞에 서게 된 것을 실감한다.

영화에 묘사된, 결혼에 대한 남녀의 의식 차이. 이런 비교 분석에 적합한 영화가 바로 <더 우드> 아닐까 싶다. 뒤늦긴 하지만 롤랜드는 결혼을 앞두고 중압감에 못이겨 술에 취해 잠적할 만큼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

반면 신부는 “이게 얼마나 비싼 드레스인 줄 아느냐”며 화를 내고, 신부의 어머니도 결혼식 준비에 든 돈 타령을 앞세우며 결혼의 본질을 보려하지 않는다.

식장에서 신부가 부케를 던지자 신부 친구들은 서로 먼저 차지하겠다고 뛰어들어 꽃송이가 갈갈이 뜯겨나간다. 반면 신랑이 가슴에 꽂았던 꽃을 던지자 신랑 친구들이 모두 피해 꽃은 그냥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남자는 보다 큰 뜻, 자유, 이상을 쫓으므로 결혼을 버겁게 여기는 반면, 여성은 남자의 발목을 묶어 현실에 안주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뜻일까.

헌데 롤란드는 왜 결혼식을 앞두고 하필 자신의 총각 딱지를 떼어준 첫사랑을 찾아간 것일까. 결혼에 대한 사색이 필요했다면 전원이나 성당 같은 곳이 더 적합했을텐데.

결국 감당못할 인생의 대사를 앞두고 도피하고 싶었다는 것이 옳은 심리분석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여성은 훨씬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신부 대사나 부케를 차지하려는 여성들의 적극성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자의 자신감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옥선희 비디오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0/08/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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