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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25)]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下)

[벤처 스타열전(25)]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下)

'온라인 게임의 메카'를 꿈꾼다

김택진 사장은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 현대전자를 택했지만 그게 자신의 인생항로를 완전히 바꿀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항상 자신만만한 그에게 현대전자는 1년 미국 연수의 기회를 제공했는데 똑똑한 컴퓨터 마니아에게는 인터넷에 입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보스턴의 전자연구소에서 인터넷을 처음 접하고는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는 1990년대 초여서 우리에게는 인터넷의 ‘인’자도 알려지기 전이었는데 컴퓨터를 처음 대했을 때 보다 충격이 훨씬 컸습니다.

아래아 한글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미 네트워크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었던 것입니다. 뒤늦을세라 TCPIP(인터넷 프로토콜) 공부를 시작했죠.”


신천지 '인터넷 대륙'으로의 여행

다행하게도 현대전자는 그에게 인터넷과 관련해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제공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개발팀장을 맡는 등 현대전자에서 7년간 일했는데 국내 최초의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가 그때 만들어졌다. 지금은 ‘신비로’로 이름이 바뀐 ‘아미넷’이 바로 그의 작품.

김 사장은 아미넷을 개발해낸 능력을 밑천 삼아 1997년 3월 엔씨소프트를 세웠다.

그리고 곧 SK텔레콤의 넷츠고 서비스를 개발, 첫 성과를 올렸다. 한 기업체의 사장님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튀는 젊은이였다. 복장도 반바지 차림의 자유분방형 그대로였다. 현대전자에서도 항상 반바지 차림으로 다녀 윗사람의 눈총을 받았던 그가 사장이 됐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넷츠고의 개발 성공에 으쓱하던 기분도 잠깐, 곧 IMF 위기가 뒤통수를 때렸다. “얼마나 어려웠느냐”고 묻자 그는 “남들이 다 겪는 고통을 더도 덜도 않고 똑같이 겪었다”고 대답했다. 솔직한 말하면 “사업이란 삐끗하면 3대가 망한다는 사실에 가슴 서늘한 적도 없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언제나 현재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 판단을 잘못하면 2~3년후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모든 결정에 아주 신중을 기합니다. 예를 들면 왜 아직도 기업솔루션 분야에 미련을 갖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 게임에 더 투자하라는 이야기인데 저는 생각이 달라요. 기업솔루션 분야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없어요.”

그러면서 그는 언젠가 본 성공시대 프로그램 이야기를 꺼냈다. “쥐잡는 방역 기술 하나만으로 성공시대를 연 사람이 있어 놀랐어요. 결국 다 하기 나름이지요. 최첨단 방역시스템을 개발하니까 일본에서 그 기술을 수입하려고 줄을 선대요. 방역기술이라면 보통 상식으로는 아무리 찾아봐도 큰 가능성은 없잖아요?”


리니지 게임 개발은 '도박'

그는 무엇을 하더라도 제대로만 하면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1997년 리니지 게임을 개발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 모두 말렸으나 그는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신념속에 밀어붙였다. 지금 되돌아봐도 큰 도박이었다.

리니지는 국내 첫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송재경씨(현재 엔씨소프트 이사)의 컴퓨터 기술과 김 사장의 아이디어가 만나 탄생된 작품이다.

김 사장은 “이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도 외화를 벌어들여야 할 때”라면서 “인터넷 포탈 서비스는 아무리 유명해도 국내용일 수밖에 없는데 리니지 같은 게임은 세계용이 된다”고 게임산업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유행한 게임도 거의 미국에서 들여온 게 아니던가? 껍데기만 조금 다를 뿐 알맹이는 다 미국 것 아닌가? “리니지은 정말 우리 것입니다. 리니지가 나오기 얼마 전에 미국의 일렉트로닉 아치(EA)가 온라인 게임인 울티마 온라인을 내놨지만 사실 두개가 거의 동시에 나왔다고 봐야지요.”

그의 게임관은 무조건 오래 남을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좋은 작품과 시장에서의 대박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고 그 접점을 찾기도 어렵다는데 고민이 있다. 김 사장은 “대박을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라는 표현을 써가며 좋은 작품에 대한 애착을 강조했다.

“리니지를 통해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웹이 진화하는가를 알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생각하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은 인터넷에 단순히 머물러서는 안될 뿐아니라 인터넷의 플랫폼이 현재의 PC에서 업데이트가 가능한 패치 기능을 가진 콘솔로 전환되는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웹라이프’(Weblife) 구상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웹라이프란 동호회와 같은 포탈서비스에 화상 채팅 기능을 추가하고, 게임마저 즐길 수 있도록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것. 세가지 기능을 하나로 묶으면 인터넷상에서 만남의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고, 웹라이프에 들어오는 사람끼리 스스로 원하는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인터넷 웹라이프가 가상 공간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무대가 되는 셈이다. 김 사장은 그러나 “아직 검증되거나 시도되지 않은 모델이어서 실패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 서비스 목표 '리니지 2' 구상중

그는 또 리니지 2를 구상중이다. 2001년 초에 개발을 시작해 그 해 하반기에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계승하면서 더욱 뛰어난 3D 기술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예정이다. 문제는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때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코스닥 등록을 통해 모은 자금을 리니지 개발에 재투자하고 턱없이 부족한 게임 기획, 게임 음악, 게임 아트웍 등 게임개발 인력을 기르는 스튜디오를 차리는데 쓸 계획이다. 다행인 것은 리니지의 해외진출이 순조롭다는 점이다.

대만에서는 리니지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지 10일만에 한국에서 14개월동안 어렵게 이룩했던 것을 모두 이뤄냈다. 그만하면 대단한 성장세다. 이런 분위기를 홍콩과 중국 싱가포르 인도쪽으로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일단 중국쪽은 가능성이 높다. 중국 사람들이 워낙 리니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홍콩의 한 학부모는 리니지 게임 때문에 자녀의 학업에 지장이 있다는 e메일을 김 사장 앞으로 보내오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차이나 타운을 중심으로 독점 판매권을 달라는 제안도 있었다.

“10년 뒤에 우리 나라가 온라인 게임의 메카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조심스러우면서도 확신에 찬 그의 표정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08/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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