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들어온 '물 좋은 집'

룸살롱도 e 비즈니스 시대, 홈페이지 제작 '손님잡기'

‘화끈한 화끈녀, 제 이상형을 보면 아무 생각없이….’ ‘춤의 여왕, 환상적인 무대매너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으시면 주대를 받지 않겠습니다…(중략) 신뢰와 봉사를 우선으로 하는 ○○○단란주점.’

이제 룸살롱도 e비즈니스 시대다. 유홍업소가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홍보나 경영만은 자유인 만큼 어느새 인터넷 열풍을 타고 온라인까지 진출했다.

환란(換亂)으로 문을 닫았던 룸살롱 등 유흥업소가 경기회복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자 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한 ‘고객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B 룸살롱 영업부장 오모 씨는 “주위에 같은 업소가 크게 늘어나 수입이 줄어드는 바람에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올렸다”고 말했다.

B 룸살롱같이 스스로 인터넷에 띄우는 업소가 있는가 하면 나이트클럽, 룸살롱, 단란주점 등 전국의 유흥업소를 돌며 수집한 정보를 한곳에 모아둔 사이트들도 많고, 급기야는 인터넷상으로 예약이 가능한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전국각지 유흥업소 소개, 예약도 받아

현재 가동되고 있는 룸살롱 관련 사이트는 수십 개지만 유흥업소 전문 포탈 사이트는 4~5개 정도.

대표적인 것이 이부킹(www.e-booking.co.kr)과 나가요(www.nagayo.co.kr)다. 지난 4월에 문을 연 이부킹은 나이트클럽, 룸살롱, 단란주점, 요정 등 전국 주요업소들을 소개하고 전화번호와 인터넷을 통해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다가 이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회원에게는 술값의 10%를 할인해 주기도 한다.

이부킹의 이홍길 대표는 “3개월 밖에 안됐지만 네티즌들의 호응이 점차 늘고 있어 조만간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수한 모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회사원이 문을 연 나가요는 국내 유흥업소에 대한 단순 정보제공뿐 아니라 실제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체험담도 소개한다. 나가요는 자체적으로 취재 기자까지 두고 전국 각지 유흥업소들의 분위기를 직접 보는 듯 묘사하고 바가지 쓰지 않는 비결 등을 가르쳐 준다.

이러한 유흥업소 포탈업체들은 회원으로 등록된 업체의 위치가 담긴 약도를제공하고 찾아가는 방법도 알려준다. 또 vip24(www.vip24.com)같은 곳은 회원으로 가입하면 추첨해서 100만원을 술값으로 주는 등 다양한 전략으로 네티즌을 유혹하고 있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직접 제작, 운영하는 유흥업소들도 많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업소 전경과 룸 안의 인테리어 등을 담은 사진까지 올려 인터넷을 통해 가게를 미리 돌아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자기 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의 이름과 몸매, 그리고 비키니를 입은 모습도 게재, 네티즌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그 가게의 물(?)을 확인할 수 있다.


여종업원 신상 공개 “물 좋아요” 홍보

온라인상에 나선 유흥업소 관계자들의 태도는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인터넷 성인방송 IJ(인터넷 자키)들의 대담한 노출과 성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여성종업원들도 신분노출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인터넷을 통해 홍보하는 대부분의 유흥업소들은 대표에서 여종업원까지 모두 신상을 공개한다. 과거 축축하고 음습하게만 느껴지던 밤거리 유흥문화가 온라인을 통해 밝은 세상에 나온 듯하다.

경기 부천시의 P 룸살롱 영업부장 김모씨는 “아가씨들이 얼굴 공개를 꺼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사진촬영에 찬성했다”면서 “외부에 얼굴이 알려지는데도 망설이는 기색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유흥업소 소개 사이트인 조이헌트(www.joyhunt.co.kr)는 최근 유흥업소 종사여성만을 대상으로 제1회 미스 황진이 선발대회까지 개최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네티즌의 투표로 1위를 가리는 이 대회는 미스 황진이상, 요염상, 청순 가련상, 백치미상, 못난이 상 등 여러 가지 상을 두고 유흥업 종사여성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106명이나 되는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이 이 홈페이지에 자신의 프로필과 사진을 올리고 후보로 등록했다.

이처럼 유흥업소 포탈사이트가 관심을 끌기 시작하자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위한 구인구직 사이트도 주목받고 있다. ‘아가씨를 모집합니다.

2차는 필수가 아닌 선택…(중략) 초보도 환영’ ‘성격좋고 접대 잘하는 젊은 아가씨. 젊으면 젊을수록 아주 좋음…(중략) 손님 층이 화이트칼라라 봉사하기가 한결 쉬움’ ‘얼굴 예쁘고 예의바르고, 한 힘하는 써빙…. 데려다 쓰세욤~~’ 등 과거 길거리 전봇대에나 붙어 있을 법한 내용의 메모 등이 잔뜩 올라와 있다.


‘아가씨 모집’도 인터넷으로

지난 5월부터 유흥업소 구인구직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일자리(www.142.co.kr)는 전문 사이트답게 전국 각지의 유흥업소를 나이트, 단란주점, 룸살롱, 요정, 카페, 다방 등으로 항목을 나눠 정보를 제공한다.

이 사이트를 통해 유흥업소 업주는 근무조건과 나이, 외모 등 원하는 조건을 명시하고 구직자는 자신의 신상을 자세히 설명해 과거처럼 은밀히 접촉할 필요가 없어졌다.

일자리 측의 이야기. “아직 우리 사회에서 유흥업은 아주 나쁜 쪽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모든 거래는 어둠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일들을 최대한 양지로 끌어내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이 사이트를 기획했다. 유흥업 종사자들의 이미지 쇄신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하는 바람이다.”

특이한 점은 구직 게시물 중에는 남자들이 더 많다는 것. 특히 호스트 바에서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모도 많이 볼 수 있다. 또 구인 게시물 중에는 일본, 괌 등 한국인이 운영하는 해외 유흥업소에서 올린 것들도 있다.


시민들 “안방까지 침투” 부정적

이런 유흥업소 포탈업체들이 내세우는 목표는 음지의 밤거리 문화를 양지로 끌어낸다는 것이지만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시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직장인 노모(27)씨는 “안방에서 룸살롱 내부와 여종업원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어 주택가에 유흥업소가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이트들은 유흥문화를 더욱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청소년들이 아무런 규제없이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다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정보통신부 한 관계자는 “아직 규제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 유해요소가 다분해 그 정도가 심해지면 시정조치를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24 12:14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