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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산가족 상봉] 왜 우리가 이렇게 만나야 하나

[남북이산가족 상봉] 왜 우리가 이렇게 만나야 하나

만남도 비극이었다. 헤어질 것이 먼저 두려운 상봉자에게 짧은 만남은 오히려 아픔이었다. 반세기의 이산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돌이킬 수 없는 사랑과 애정은 가슴을 쥐어짜는 오열로 터져나왔다.

국력과 위정자, 역사를 탓하기에는 지금 이 순간이 그들에겐 너무 소중했다.

제한된 장소에서, 제한된 시간동안의 상봉은 엄격한 틀에 따라 이뤄졌다. 개별상봉은 5명만 만나게 돼있어 더이상의 가족과 친척은 만날수 없었다. 내 손으로 지은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북한 계관시인 오영재(64)씨는 호텔방에서 부모님 영정을 모셔놓고 제사를 지냈다.

허술한 이산가족 명단은 방문자의 가슴에 또한번 못을 박았다. 휠체어에 의지해 평양땅을 밟은 김금자(69)씨를 비롯한 상당수 이산가족들이 현지에서 상봉대상자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반면에 죽은 줄 알았던 형제자매를 살아서 만나는 행운을 가진 방북자도 셋이나 있었다.

대동강은 여전히 흐르고, 을밀대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내는 50년 전의 아내가 아니었다. 이완일(82)씨는 고려호텔에서 아내 최옥견(80)씨를 만났지만 최씨는 이미 노환으로 귀가 먹고 말을 하지 못했다.

최성록(79)씨는 아내 유봉녀(75)씨의 주름진 손가락에 금반지를 끼워주며 흐느꼈다. “내가 죄인이다. 같이 살지 못하고 이래 50년이나 걸렸으니….”

방북가족들은 들쭉술 3병, 보약 5통, 낙원담배 1보루, 조선고려인삼술, 도자기가 일률적으로 든 선물을 북한 가족으로부터 받았다.


<사진설명>

북의 여운봉(66)씨가 쉐라톤 워커힐 호텔로 실려온 어머니 박성녀(92)씨를 앰블런스 안에서 만나 통곡하고 있다. 상봉장소가 호텔로 한정돼 있어 만날 수 없었던 이들 모자는 앰블런스 후송을 통해 꿈을 이뤘다.<사진공통취재단>


쉐라톤 워커힐 호텔의 만찬에서 어머니 조원호(100)씨가 북한의 아들 리종필씨가 싼 상추쌈을 받아먹고 있다. 이런 날을 위해서일까. 어머니는 인간 수명의 한계를 끝없이 싸워왔고, 50년만에 아들의 효도를 받았다.<사진공동취재단>

50년간의 이별은 이몽섭(75·왼쪽), 김숙자(78·한복차림)씨 부부에게 너무 길었다. 호텔방에서 딸과 함께 어색한 개별상봉을 끝내고 나오는 남측의 이씨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8/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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